[남북미 판문점 회동] DMZ서 美대통령 대북메시지 발신…트럼프 최고 강렬

입력 2019-06-30 16:34   수정 2019-06-30 16:41

[남북미 판문점 회동] DMZ서 美대통령 대북메시지 발신…트럼프 최고 강렬
"우리는 굉장히 긍정적인 일 이뤄냈다" "처음 회담부터 서로에 호감…훌륭한 우정"
레이건 "할리우드 세트장 같다", 부시 전 대통령 "우리는 준비돼"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남으로써 긍정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며 DMZ를 찾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역대 다섯 번째로 DMZ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DMZ내 오울렛 초소(OP)를 방문한 다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로 이동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66년 만에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변한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변화된 북미관계와 현 한반도 안보상황을 압축적으로 담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대체로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향후 비핵화 대화의 전망을 밝게 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위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측으로 월경해 북측 판문각 계단 앞까지 걸어갔다가 남측으로 다시 넘어와 "많은 긍정적인 사건이 있었고 아주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굉장히 긍정적인 일들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처음 회담했을 때부터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고 훌륭한 우정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DMZ를 방문해 주로 북한을 압박하거나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던 4명의 미국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국방부와 유엔사 등에 따르면 역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DMZ를 최초 방문한 사람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3년 11월 14일 미 8군 야전 점퍼 차림으로 판문점 대성동 진입 전 왼편의 콜리어 경계초소(GP)를 찾았다. 이곳에서 미측 오울렛 초소와 북한군 초소는 대략 1㎞ 떨어져 있다. 콜리어 GP(일명 240GP)는 미 2사단이 경계 임무를 수행하다가 1991년 한국군 1사단으로 이관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 초소에서 10분 남짓 망원경으로 북한지역을 관찰했다. 당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에서는 선전 음악이 쩌렁쩌렁 울렸다. 영화배우 출신인 그는 북한 기정동 선전마을을 망원경으로 관측하면서 "할리우드 세트장 같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레이건은 "DMZ를 돌아본 것은 공산주의와 직접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7월 11일 판문점 JSA 인근 '돌아오지 않은 다리'와 오울렛 초소를 방문했다. 오울렛 초소를 방문한 첫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역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찾은 오울렛 초소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m 거리에 있다.
클린턴은 리무진 승용차로 임진각 자유의 다리를 건너 JSA 경비를 맡은 캠프 보니파스에 도착했다. 애초 헬기를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비가 내려 승용차를 탔다. 캠프 보니파스 밸린저홀에서 판문점과 남북 대치상황, 경비현황 등에 대해 20여분 브리핑을 들었다. 그곳에서 전투용 장갑 수송차량 험비를 타고 초소로 이동했다.
그는 주한미군을 뜻하는 'USFK'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모자와 얼룩무늬 점퍼를 입었다. 1976년 8월 18일 도끼 만행사건에 일어난 `돌아오지 않은 다리'에 도착해 다리를 10여m쯤 걸어가 안내 병사로부터 도끼만행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기자들이 다리 방문 소감을 묻자 "만약 북한이 핵을 개발해 사용하려 한다면 이는 북한의 마지막이 될 것(the end of their country)"이라는 강한 대북 메시지를 남겼다. 그가 DMZ를 방문한 때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한 지 4개월이 되는 시점이어서 북한에 경고 발언을 보낸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2월 20일 헬기를 타고 캠프 보니파스에 내려 오울렛 초소로 이동했다.
그는 성조기가 새겨진 미군 항공 점퍼 차림으로 DMZ를 방문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울렛 초소 벙커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DMZ 북쪽 지역을 관망하려 했지만 그만 망원경 렌즈 뚜껑을 여는 걸 깜박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DMZ 북쪽을 보려 했으나 렌즈 뚜껑을 열어젖히는 것을 까먹는 바람에 맨 처음 본 것은 어둠이었다"고 꼬집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수행한 미군 지휘관이 북한은 1976년 8·18 도끼만행 사건 때 사용한 도끼를 북측 평화박물관에 전시해 놓고 있다는 보고를 하자,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그들이 악이라는 내 생각에는 놀랄게 없다"고 말했다. 방문 한 달 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정연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기자들이 최북단 초소를 방문한 소감을 묻자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짧게 말했다.
2012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3월 25일 첫 일정으로 DMZ를 찾았다.
당시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 발사를 발표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 상황이었다. 헬기로 캠프 보니파스에 내린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울렛 초소로 가 쌍안경으로 북한 기정동 선전마을과 개성공단 지역을 조망했다. 초소를 방문해 정오가 되자 북쪽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당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북한지역의 추모 기간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초소에서 "남북한만큼 자유와 번영의 견지에서 분명하고, 극명하게 대조되는 곳은 없다"라는 대북 메시지를 남겼다.
이처럼 미국 전직 대통령이 즐겨 찾은 오울렛 초소는 6·25전쟁 영웅 고(故) 조지프 오울렛 일병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오울렛 일병은 6·25전쟁 개전 초기인 1950년 8월31일부터 9월 3일까지 낙동강 방어선인 영산지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전사해 미 대통령이 의회 명의로 수여하는 `명예대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던 인물이다.
오울렛 초소의 운용 주체는 1991년 미2사단에서 유엔사 경비대대로 전환됐다. 조지프 오울렛 일병의 종손(從孫)인 윌리엄 오울렛 일병이 미 2사단 210화력여단 본부에서 복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다른 미국 대통령도 최전방 지역을 방문했으나 대부분 DMZ 후방지역이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79년 동두천 캠프 케이시를 방문했다. DMZ에서 4.8㎞ 후방인 191고지를 방문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6·25전쟁 중인 1952년에 이어 1960년 DMZ 후방의 최전방을 방문했다. 그는 "우리는 말로 설득할 수는 없으나, 힘으로는 가능한 적(북한)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대북 응징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1966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32㎞ 거리에 있는 후방 부대를 방문해 "북한이 따라올 수 없는 군사적 우위가 있어야만 평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도 1970년대 DMZ 후방 미군 부대인 캠프 케이시를 찾아 "미군을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 천명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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