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단속에 버스 대신 화물열차…공기 잘 안 통하는 컨테이너에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멕시코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10대 이민자가 열차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열차를 타고 이동 중이던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 사일리 야스민 안디노(19)가 과테말라와 접한 멕시코 남부 타바스코주 타코탈파 인근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화물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디노는 기차가 멈춘 사이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내렸다가 출발에 맞춰 겨우 올라탔다. 하지만 기차가 갑자기 멈췄다가 후진하는 바람에 손잡이를 놓치고 떨어져 바퀴에 몸이 깔렸다.
사고 상황을 목격한 온두라스 출신 남성(27)은 "내가 돌아보니 그녀가 열차에 매달려 있었다. 열차가 뒤로 가면서 그녀와 아주 세게 부딪혔고 그녀는 레일에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짐승'(The Beast)이라 불리는 이 화물열차는 사망 사고로 악명이 높으며 이로써 희생자가 또 한명 늘었다.
안디노의 죽음은 미국·멕시코의 이민 정책과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작년에는 많은 이민자가 위험하게 화물열차에 올라타는 대신 멕시코 남부를 가로질러 걷거나 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정부는 버스 회사에 표를 사거나 승차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서류를 준비하지 않은 외국인은 탑승이 금지된다.
미국과의 무역협상 이후 멕시코는 이민자 단속을 강화했고 덩달아 다시 위험한 방식으로 이민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AP는 전했다.
이들 중에는 안디노처럼 덜컹거리는 화물열차에 타거나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트럭의 화물 컨테이너에 타는 이들도 있다.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에서는 이민자 134명이 탄 화물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가 고속도로에 방치된 일도 있었다.
군과 경찰이 이를 발견했을 때는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 잠금장치를 부수려고 시도 중이었다.
일부는 탈수 증상을 보였고, 일부는 다치기도 했다.
멕시코 당국자는 군인과 이민당국 관계자 약 100명이 25일 열차를 단속해 중앙아메리카에서 온 이민자 수십명을 구금했고 이와 별개로 호텔과 버스, 역, 고속도로에서 단속을 벌여 500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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