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변수 G2협상·통화정책…3분기 코스피 2,350 예상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하고 공식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자 증권가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연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잠정 중단하고 양국 간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30일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예상한 수준이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더는 확전되지 않고 휴전에 합의한 것만으로도 일단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향후 미중 간 추가 협상이 이어지면서 합의가 잘되지 않는 부분들이 돌출할 수 있어 하반기 증시는 이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이번 미중 회담에 대한 낙관론이 증시에 일부 선반영된 측면도 있어 증시가 크게 반등하기보다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조용준 하나금융센터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증권가에서는 대부분 협상 결렬보다는 재개 쪽으로 전망했다"며 "이번 회담에 따라 결국 3분기에 부분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이 분위기가 바로 깨지지는 않을 테니 증시에 매크로 쇼크는 당분간 없을 것이고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와 경기를 살리려는 각국의 통화정책이 이어지면 증시는 '안도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업 이익이 안 좋기 때문에 증시가 최고치를 넘는다든가 그런 건 아닐 것이고 박스권에서 반등장이 나타나면서 3분기에는 코스피가 현 수준보다 10% 정도 오른 2,350선 정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4분기는 기업 실적이나 정책적인 면에서 작년보다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 만큼 장이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고 미중 무역분쟁이란 변수에서 악재만 나오지 않는다면 전체적으로는 작년의 기저효과로 인해 점진적으로 반등하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팀장도 "이번 회담 결과는 기존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컨센서스(기대치) 수준"이라며 "휴전 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미국은 관세 문제에 관해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는 타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그동안 부과한 관세 효과가 트럼프 주장대로 미국 경제나 소비자에게 도움이 안 되고 있어서 재임 선거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크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진 않아서 증시가 당장 크게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양호한 편이고 연준이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보이면서 중국의 경기부양책도 나오고 있어 3분기에서 4분기로 갈수록 협상 타결과 맞물려 상승 강도가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 팀장도 코스피 상승 범위로 2,350을 제시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애매한 결론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였는데,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다"며 "협상이 깨지지 않고 이 정도로 봉합돼 시장은 이번 주에는 반등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무역분쟁 우려가 잠잠해지고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 쪽으로 눈이 쏠리면서 시장이 좀 더 우호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7월부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돼 무역협상 이벤트의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시장이 이 정도로 예상을 하긴 했지만 (미중 갈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에 시장은 일단 안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최근 미국이 워낙 중국에 타이트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우려를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단은 안도하면서 주가가 상승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그 이후 협상 과정이 남아있으므로 랠리를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008560] 리서치센터장은 "예상된 수준의 결과여서 증시에 약간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이라고 본다"며 "일단 걱정은 덜었으나 무역분쟁 변수 지속에 대한 피로감은 누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3천억 달러 추가 관세는 미국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도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지 실제 부과 가능성은 작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 성과를 정치적 측면에서 극대화하려 할 것이므로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중국과 합의를 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낮고 기업 이익이 감익된 상황이어서 시장이 이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박스권에서 하단 쪽으로 붙어있으니 위쪽으로 복구는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관계와 북미 관계의 연결 고리가 크다"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북미 관계가 잘 풀리면 미중 문제도 매듭지어질 수 있는 여지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센터장은 "한반도에 얽힌 부분과 미중 간 협상이 잘 풀린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우리 경기는 3분기에 바닥을 치고 4분기부터는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완화된 점이 예상보다 더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명분을, 미국은 실리를 챙겼다"고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그렇다고 주식시장이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며 "많은 부분이 이미 반영돼 6월 코스피가 오른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부에서는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은 이제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7월에는 금리 인상 이슈가 있다"며 "7월 코스피는 조금 오르다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분위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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