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날 트윗으로 제안한 지 32시간여만에 '판문점 회동' 성사
美, 유엔군-북한군 직통전화 통해 실무협상 제안…北호응해 비건, 김창선 만난듯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30일 오후 사상 첫 판문점 회동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김 위원장이 호응하면서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북한과 미국의 실무자들이 만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은 시간 동안 긴박하게 움직인 덕분으로, 전날 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판문점에서 북측과 극비 회동해 양국 정상의 만남을 조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판문점 회동은 29일 오전 7시 51분 올라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머물던 중에 트위터에 "그곳(한국)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과의 'DMZ 만남' 가능성에 선을 그었는데,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의 핵심 당국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내놓은 그야말로 '깜짝' 제안이었다.
한미정상회담 준비차 먼저 한국에 와 있던 비건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에 적잖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던진 '우호적 메시지'일 뿐 실제 북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소수였다.
이런 분위기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오후 1시 6분께 담화를 통해 이번 만남이 성사될 경우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하면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양국 정상의 만남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면서 관심은 과연 24시간 동안 정상회동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가 마무리될 수 있느냐에 쏠렸다.
미국은 우선 북측과 가장 즉각적인 소통 창구인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에 설치된 직통전화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을 겸임하는 등 유엔사가 사실상 미군의 지휘를 받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은 유엔사-북한군 간의 직통전화로 '북미 정상의 DMZ 회동'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했고, 북측이 이에 즉각 호응하면서 준비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뒤 회견에서 "(DMZ 회동 제안에) 김 위원장에게도 바로 반응이 왔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 간의 대면 접촉은 29일 밤늦게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함께 헬기를 타고 직접 판문점으로 가서 북측 인사와 만나 경호와 동선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건 대표와 후커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때 북측과 회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와 만난 북측 인사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최선희 제1부상이나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 간 만남이 형식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창선 부장은 이날 판문점에서도 모습이 포착됐다.
북미 정상 만남에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함께할지는 끝까지 베일에 싸여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먼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문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3자 회동이 성사됐다.
한국과 미국은 '북미 판문점 회동'을 준비하면서 긴밀히 소통하면서 '세기의 이벤트'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특히 북미 정상 간 돈독한 친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만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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