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90분'의 판문점 드라마…남북미 '세계사' 새로 쓰다

입력 2019-06-30 18:50  

각본없는 '90분'의 판문점 드라마…남북미 '세계사' 새로 쓰다
文대통령·트럼프·김정은, 외교프로토콜 파괴하며 '分단위' 숨가쁜 행보
트럼프, 김정은에게 먼저 제안해 북한 땅 처음으로 밟아…미소 띤 채 4초간 악수
열띤 취재경쟁 벌어지면서 한때 '아수라장' 되기도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30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남북미 정상의 회동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세계사적으로 마지막 남은 냉전의 화약고이자 남북 분단의 상징이 된 이 곳에서 세 정상은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세계사를 새로 써내려갔다.
세 정상은 외교 프로토콜을 과감히 무시한 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라는 화두에 몰두하며 분(分) 단위로 숨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판문점이 본격적으로 분주해지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회담 중이던 오후 12시15분께부터.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북측 관계자들이 동선을 확인하며 바삐 움직였고, 북측 관계자 10명가량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자유의집에 입장했다.
미국 측 관계자들도 윤건영 청와대 상황실장 등과 함께 동선과 일정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DMZ OP 오울렛 초소와 캠프 보니파스 방문을 마치고 판문점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44분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문을 열고 군사분계선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신중하게 걸음을 내디딘 그는 1분 뒤 3시45분 드디어 김 위원장과 마주했다.
"내가 넘어가길 바라나. 그렇게 되면 영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김 위원장이 동의하면서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향했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북측 판문각 앞에서는 미소를 띤 채 김 위원장과 4초간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사진을 찍은 뒤 1분 만에 김 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넘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5분가량 대화를 나눈 뒤 오후 3시51분에는 문 대통령이 합류해 '남북미 3자 회동'이 성사됐다.
남북미 정상은 환한 미소와 함께 악수를 주고받고, 둥그렇게 모여 대화를 나눴다.
파란 넥타이에 태극기 배지를 한 문 대통령과 빨간 넥타이에 성조기 배지를 한 트럼프 대통령이 '패션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배지 없이 검은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다.
3분 정도 환담을 한 세 정상이 자유의집으로 들어가는 도중에는 취재진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다 포토라인이 무너지며 소란이 일어났다.
접근을 막으려는 경호원과 역사적 현장을 담으려는 취재진이 뒤엉키면서 현장은 잠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주 특별한 순간"(트럼프 대통령),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김 위원장)이라고 서로 반가움을 표시하며 오후 3시59분부터 단독회담에 돌입했다.

애초 2∼4분가량 짧은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두 정상은 예상을 깨고 53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사실상의 3차 북미정상회담을 했다.
오후 4시52분, 단독 회동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별도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은 함께 자유의집을 나섰다.
세 정상 모두 회동결과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밝고 환한 표정이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까지 함께 걸어가 김 위원장을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이후 한미정상은 다시 자유의집으로 돌아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예정된 일정보다 상당히 늦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만남은 아주 긍정적인 일이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김 위원장과 저는 상당히 거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굉장히 좋은 관계"라며 적극적으로 질문에 답변했다.
오후 5시10분,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의집 앞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하려다 다시 문 대통령에게 걸어와 1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웃는 얼굴로 대화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야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며 판문점을 떠났고, 문 대통령도 3분 뒤 판문점에서 출발하면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마무리됐다.
charg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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