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내 성희롱·괴롭힘 신고자에 보복 사례 공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여성 노동자 A씨는 파견직으로 공장 생산팀에서 일했다.
직장 상사는 A씨 옷 안으로 손을 넣어 어깨를 주물렀다. 하지 말라고 하자 "아줌마들은 좋아한다"고 웃으며 성추행을 계속했다.
참다못해 회사에 신고하자 관리자는 "가해자의 사과를 받지 않을 거면 너도 퇴사하라"고 말했다.
A씨가 경찰에 성추행으로 고소하자 회사는 가해자와 관리자를 퇴사시켰고, 부사장은 앞으로 2년 동안 보복 없이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른 관리자가 A씨는 물론 A씨와 친한 동료까지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루는 야간 근무를 하는데 회사 부장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모욕과 협박을 해서 그 자리에서 쫓기듯 회사를 나오게 됐다.
회사 측에서는 권고사직으로 퇴사하고 위로금을 줄 테니 법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말라고 회유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에서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해 회사나 관계기관에 신고했다가 보복을 당했다는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제보받은 '신고자 보복 갑질' 사례 10건을 공개했다.
B씨는 지방 지사의 소장에게 성희롱 발언과 폭언을 듣고 본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
본사 사장은 "소장에게 모든 인사권을 넘겼으니 소장과 이야기하라"고 떠넘겼다.
회사에 성희롱 신고서를 접수했더니 관리자는 "조용히 넘어갈 거면 부서를 변경하고, 끝까지 가려면 퇴사해야 할 거다"라고 협박했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다른 부서로 보냈다.
C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전보를 신청했다.
그러나 괴롭힌 사람은 이를 부인했고 전보 신청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회사 내에서는 C씨가 전보를 신청했다는 소문이 금방 돌았다.
부산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D씨는 채용 비리를 알게 돼 공익제보를 했다.
그러나 직장 동료들에게 원망의 말만 듣고 눈초리를 받는 등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회사는 교통사고를 당해 무릎 인대가 안 좋은 D씨에게 현장직으로 옮기라고 했다.
상사에게 사정을 말하자 "병가 내고 다리 치료한 뒤 복귀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사무실 밖으로 쫓아냈다.
일단 병가를 냈지만 무급으로 처리돼 당장 생활에 지장이 큰 상황이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오는 16일부터 시행된다"며 "법에는 직장 내 괴롭힌 발생 사실을 알면 누구든지 이를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게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는 사용자는 괴롭힘 신고를 받으면 조사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 행위자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또 사용자가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을 신고했다고 불리한 처우를 하는 사용자를 엄벌해 '일벌백계'의 교훈을 주고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 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주도해 설립한 직장갑질119는 이메일과 오픈 카톡, 밴드 등을 통해 직장 갑질을 제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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