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정상회의 의장 등 차기 지도부 인선 진통 계속

입력 2019-07-01 09:06   수정 2019-07-01 09:11

EU, 집행위원장·정상회의 의장 등 차기 지도부 인선 진통 계속
'티머만스 집행위원장카드', 유럽국민당·중유럽국 반대 부딪혀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은 30일 저녁(현지시간) 임시정상회의를 열고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차기 EU 집행부 선출 문제 논의를 재개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EU 정상들은 당초 이날 오후 6시 전체회의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사전 조율이 안 돼 당초 예정보다 7시간이 지난 1일 새벽 1시가 넘도록 전체회의는 진행하지 못한 채 개별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대변인은 30일 오후 11시께 트위터에 글을 올려 "투스크 의장이 정상들과 양자 회동을 주선할 것"이라며 "양자 협의가 완료돼야 전체회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예정시간보다 3시간 30분 지난 오후 9시30분께 전체 회의를 열었으나 곧바로 정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U 정상들은 이날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개별적으로 연쇄 회동을 갖고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차기 EU 지도부 선출에 대한 조율에 나섰다.
EU의 핵심적인 두 인물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브뤼셀에서 만났다.
이들은 또 중유럽의 비셰그라드(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4개국의 정상들과 회동했다.

이날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에 많은 유럽 언론들은 중도 좌파 성향인 사회당(S&D) 그룹의 프란스 티머만스 '슈피첸칸디다트'가 차기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 네덜란드 마르크 뤼테 총리 등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오사카에서 '티머만스 집행위원장 카드'에 합의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유럽의회 제1당으로, 메르켈 총리가 속한 EPP 그룹과 중유럽의 비셰그라드 4개국 정상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EU 정상회의는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티머만스(집행위원장 카드)는 심각한 실수이거나 역사적인 실수"라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도 "나는 이 사람(티머만스)이 유럽을 단합시킬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유감"이라면서 "우리는 과거에 그가 우리 지역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지난 5년간 '집행위 제1위원장'을 맡아온 티머만스가 이 지역에 EU의 법치 원칙을 과도하게 이행하려 했다며 그의 집행위원장 후보 선출에 반발했다.
EPP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아일랜드의 레오 바라드커 총리는 "EPP 출신 정상 가운데 광범위한 다수는 싸워보지도 않게 이렇게 쉽게 (집행위원장 자리를) 포기하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차기 집행위원장이 되려면 우선 EU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는 아니더라도 '압도적 다수'(qualified majority)의 지지를 받아야 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
압도적 다수란 약 5억 명 인구를 가진 EU 인구의 65% 이상에 해당하는 21개국 정상의 동의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럽의회 2대 정당인 S&D 그룹의 슈피첸칸디다트로 선출돼 S&D의 선거를 총괄해온 티머만스는 예상하지 못한 반대에 부딪혀 집행위원장이 되기 위한 1차 관문 시험대에 서지 못했다.
EU의 일부 정상들은 유럽의회 제1당인 EPP의 만프레드 베버 유럽의회 의원이나, 제3당인 중도성향의 '리뉴유럽' 소속인 덴마크 출신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을 여전히 집행위원장 후보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함께 EPP 안팎에선 EPP 소속인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EU 측 수석대표도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EU 정상들은 EU 집행위원장뿐만 아니라 EU정상회의 상임의장, ECB(유럽중앙은행)총재, 유럽의회 의장,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선출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특히 EU 정상 가운데 일부는 빅5를 선출하면서 2명 이상은 여성이 맡도록 해야 한다며 '성적 균형'을 주장하고 있어 차기 EU 지도부 인선이라는 고차방정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에 도착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EU의 주요 보직자 5명 중 2명 이상은 여성이 맡는 등 성비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라트비아 총리도 이날 회의장에 도착하면서 "우리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면서 "지리적 균형과 정치적 균형'을 역설했다.
이에 따라 여성인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WB) 최고경영자(CEO),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이 집행위원장 후보 또는 빅5의 다른 요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지도부는 브렉시트 등으로 위기에 처한 EU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차기 EU 지도부를 조속히 선출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회는 오는 2일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유럽의회는 늦어도 오는 3일까지는 유럽의회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핵심인 집행위원장 인선부터 꼬이면서 빅5 인선이 언제 마무리될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EU 집행위원장의 경우 EU 정상들이 1일까지 추천 후보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오는 15일 비공식 정상회의를 다시 열어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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