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IOC 위원 "도쿄올림픽 단일팀 1∼2개 종목 목표"
"내년 ANOC 총회서 비무장지대 방문 추진…2021년 총회서 남북올림픽 유치 확정 위해 최선"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역대 한국인 11번째 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기흥(64) 대한체육회장은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역사의 대전환기가 열린 것을 크게 반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을 함께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밟는 깜짝 이벤트도 벌이고 김 위원장과 사실상의 3차 북미 정상회담도 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미 협상은 물론 순풍을 타던 남북 관계도 교착상태에 빠졌으나 초유의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을 계기로 다시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미가 합의한 실무협상의 속도와 성과에 따라 남북 협상, 특히 남북 체육 교류도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흥 IOC 위원은 1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느낌이 아주 좋다"며 "남북미 정상회동이 세계에 던진 의미를 살려 내년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를 향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기흥 IOC 위원은 IOC 총회가 열린 스위스 로잔에서 지난주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인 김일국 체육상과 수차례 만나 단일팀 문제를 논의했다.
이 위원은 먼저 "한창 종목별로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예선전이 벌어지는 터라 단일팀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면서 "1∼2개 종목에서 단일팀이 결성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남북은 여자농구, 여자하키, 유도(혼성단체전), 조정 등 4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꾸리기로 합의했고, IOC는 도쿄올림픽 남북 개회식 공동입장과 단일팀 참가를 승인했다.
현재로선 단일팀 구성 시기를 놓친 여자하키와 자력 출전권 확보가 어려운 조정을 빼고 여자농구, 유도 혼성단체전이 단일팀 결성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꼽힌다.
이 위원은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총회를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위원은 "IOC 위원들과 종목별 국제연맹(IF) 회장, 206개 나라 NOC 대표 등 전 세계 스포츠 인사 1천500명이 ANOC 총회에 참석한다"며 "이들을 데리고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를 방문해 남북 분단 상황을 직접 체험토록 한다면 더욱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남북 정상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ANOC 인사들의 DMZ 방문에 참석하고, 분단의 현장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남북 평화가 곧 세계 평화라는 점을 함께 인식한다면 남북의 2032년 올림픽 유치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김일국 체육상과도 "'스포츠를 통한 평화'가 곧 올림피즘이라는 점을 공유했다"며 "2032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남북한 체육계 인사 교류, 로잔에 남북 공동 사무실 설치 등을 제의하고 북측 고위층의 뜻을 수렴해 통일부를 통해 입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IOC가 이번 총회에서 올림픽 유치 경쟁 과정을 크게 바꾼 것도 우리에게 호재라고 이 위원은 강조했다.
IOC는 개최 7년 전 총회를 열어 차기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던 조항을 올림픽 헌장에서 삭제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또 IOC와 개최 도시 계약서에 서명할 때 특정 도시 한 군데를 적시하던 조항도 바꿔 여러 도시, 여러 국가 등을 포괄적으로 아울러 광의의 유치지로 적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위원은 "공교롭게도 이번 IOC의 규정 변화가 2032년 올림픽 공동 유치에 도전하는 남북을 위한 조처로도 볼 수 있다"며 "내년 ANOC 총회의 여세를 몰아 2021년 IOC 총회에서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 남북이 결정될 수 있도록 힘껏 추진해보겠다"고 약속했다.
호주, 독일,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등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관심을 보인 다른 단일 국가와 비교할 때 남북은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개최 13년 전인 2021년 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지로 낙점받는 게 여러모로 득이 된다고 이 위원은 판단하고 있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