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위원장 상의 없이 교체" 격앙된 반응…민주당 "충분히 설명"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 단단히 화가 난 정의당은 1일 "더이상 정부·여당에 협조하지 않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주 여야 3당 교섭단체 간 국회 정상화 협상에서 정의당 몫이었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 또는 자유한국당 몫으로 돌리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볼 수 있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에 대해 사과하는 대신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을 자르고 한국당과 담합한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민주당을 돕는 일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원들이 격앙돼서 민주당을 도와주려 해도 도울 수 없게 됐다"며 "민주당이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합의안을 조속히 의결하지 않는 한 대화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애초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임시국회 소집과 선거법 개정안 의결 강행을 주장했던 정의당은 한국당의 '백기투항'이 임박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섣부른 합의로 한국당에 면죄부를 주는 우를 범했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정의당은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와 관련한 내용이 교섭단체 합의문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분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의당의 대여 관계 설정에도 당분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해 정권 교체 이후 '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하면서도 한국당 등 보수야당으로부터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판까지 들으며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에 협력해왔다.
당원들 사이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팽배한 와중에도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애써 비판 수위를 낮추려 한 국면도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이 부적합하다고 지목한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예외 없이 낙마했던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의 높은 적중률은 역설적으로 정의당이 불필요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의당은 3당 교섭단체의 이번 합의가 지난해 예산 정국에서의 '정의당 패싱'을 연상시킨다고 보고, 정의당뿐 아니라 국민과 민심에 대한 '배신의 정치'라고 규정했다.
공교롭게도 전국당직선거를 치르는 중인 정의당의 차기 당대표로 심상정 전 정개특위 위원장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기조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은 여야 4당 합의를 기초로 했기 때문에, 정개특위·사개특위와 관련한 협상도 여야 4당의 물밑 논의와 병행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개혁의 대상인데 어떻게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나"라며 "촛불 민심의 핵심인 두 특위 중 하나라도 한국당에 넘길 수 있다고 한 민주당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우군'이었던 정의당의 거센 반발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야 협상 과정에서 정의당과 심상정 의원에게 충분히 양해를 구했는데, 합의문 발표 후 정의당이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전에 (정의당과) 교감했던 내용과 반응, 이런 것이 달라서 저로서도 난감하다"고 언급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YTN 라디오에서 "제가 알기로는 정의당과 심상정 의원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며 "정의당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겠지만, 이 원내대표의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어서 한국당과의 합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고 이해를 구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범진보 진영에 역풍이 있을까 우려된다"며 "정의당의 반응을 미세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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