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부터 '보좌관''지정생존자''위대한 쇼'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에는 적극적인 훈수부터 정반대인 혐오, 또는 학습된 무관심까지 365일 수많은 반응이 쏠린다. 정치드라마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는 이유다.
지난 5월 종영한 KBS 2TV '국민 여러분!'부터 한창 방송 중인 JTBC 금토극 '보좌관', 1일 시작하는 tvN 월화극 '60일, 지정생존자', 올해 방영 예정인 tvN '위대한 쇼'까지 올해는 유난히 더 정치극이 풍성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과 무관치 않은 편성이라 할 수 있다.
'국민 여러분!'은 영화 '극한직업'과 SBS TV 드라마 '열혈사제'처럼 시원 통쾌한 코미디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엉겁결에 국회에 배지를 달고 입성한 사기꾼 양정국(최시원 분)이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순수한(?) 사기꾼이 썩은 기성 정치를 비웃고 응징한다는 풍자 포맷은 유쾌했지만 '정치'와 '풍자'의 무게감을 겸비하는 데는 실패하면서 큰 흥행은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세상 가장 어려운 명제인 '국민에 진심으로 다가가는 정치'를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를 남겼다.
'웰메이드 작품'으로 평가받는 '보좌관'은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영리한 줄타기로 팬층을 형성했다.
대중 시선을 돌리기 위한 여론 플레이,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국정감사 현장, 상임위원회 간 눈치 게임과 의원부터 말단 비서까지 생생한 캐릭터들은 현실감을 충족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답답하지만은 않도록 유능한 수석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을 통해 통쾌한 한 방을 한 번씩 선물한다. 보좌관이 다선 의원을 상대로 '들이받는' 장면 등은 판타지인 셈이다.
매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의원이 아닌 그들의 뒤에서 진짜 사회를 움직이는 2천700명 보좌관을 제대로 조명한 것도 호평받는다.
다만 현실 정치가 워낙 날마다 극단적인 극성을 보여주는 만큼 신선함을 동력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시청률이 5% 아래에서 답보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 평론가는 2일 통화에서 "국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담은 것은 차별성을 갖는다. 정치 환경의 변화를 드라마로 다루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현실 정치를 연상하게 하는 상황들이 에피소드로 지나치게 들어온다는 느낌이 드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또 드라마로 봐야 하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힘을 받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전날 첫발을 뗀 '60일, 지정생존자'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미국 정치 상황을 담은 원작의 정서를 어떻게 국내 감성에 맞게 재해석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출발은 국회의사당이 폭파되면서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환경부 장관이 승계서열에 따라 6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장면으로 원작과 같았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라면 어디에나 흥미롭고 파격적인 설정이지만, 원작에서 물씬 느껴진 미국 제국주의의 냄새를 어떻게 지우고 국내 정서를 입힐지에 관심이 쏠린다.
'위대한 쇼'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前) 국회의원 위대한(송승헌)이 문제투성이 4남매를 받아들이고 국회 재입성을 위해 '쇼'를 펼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코믹함과 인물의 성장 과정이 함께 담길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정치드라마들이 다시 쏟아져 나오는 데 대해 윤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대한 관심들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방송사 입장에서는 드라마 시청률을 견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다만 그만큼의 성과가 날지는 지켜봐야겠다"라고 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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