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도둑' 에드가 니토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멕시코의 이야기이지만, 보편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기름도둑'은 멕시코가 처한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 멕시코에서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빼내는 기름도둑들이 판을 친다. 공권력은 힘을 쓰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과 결탁한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을, 영화는 소년 랄로를 통해 보여준다. 어머니와 둘이 사는 가난한 소년 랄로는 같은 반 소녀 아나를 짝사랑한다. 아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마트폰을 선물하고 싶은 랄로는 기름도둑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만난 이 영화의 에드가 니토(32) 감독은 "멕시코에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첫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를 들고 부천을 찾았다.
"저는 멕시코의 작은 마을인 이라푸아토(Irapuato) 출신입니다. 석유 공장과 가까운 곳이죠. 평화로운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한 곳이 됐습니다. 5년 전에 기름도둑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죠. 그 후 영화가 만들어지는 순간까지 멕시코의 정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고, 기름도둑들과 관련된 사회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멕시코의 현실은 특히 주인공인 어린 소년에게는 더욱더 가혹하다.
"기름도둑에 관한 이야기를 제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인 갱스터 무비로 이야기하고 싶었죠. 흥미 요소로 러브스토리도 집어넣었고요. 무엇보다도, 이 지역의 10대 아이들이 제한된 선택 안에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많은 아이가 극심한 빈곤을 견디지 못해 범죄 조직에 들어가는 등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니토 감독은 "멕시코 사람들에게 국가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위험하지 않나'는 말을 자주 듣는데, 어디든지 나쁜 사람은 있고 어디든지 위험할 수 있죠.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래요. 모두는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특히 그 어둡고 악한 면이 발달해 있죠. 세상 어떤 것보다도 인간 자체가 가장 무섭고 위험합니다. 또 영화에서 다뤄지는 돈에 대한 욕망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
그는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자신의 영화가 선정된 데 대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는 처음이다"며 "지역적인 정서를 가지고 만든 영화가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초청돼서 놀랍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두운 영화"에 끌린다는 니토 감독은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좋아합니다. 정말 극도로 아름답고 기이해요. 어떻게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죠. 요즘도 꾸준히 한국영화를 보고 있어요."
니토 감독은 차기작으로도 멕시코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정부 시스템이 완전히 부패해서 시민들이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아이가 납치된 엄마가 스스로 아이를 찾으러 다니는 내용의 영화를 준비 중입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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