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정상가동 약속했지만 공장 집기 없어" vs 사측 "준비작업 때문"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75m 굴뚝의 초장기 농성 등 진통 끝에 손을 맞잡았던 파인텍의 노사 관계에 다시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2일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은 "지난 1월 약속했던 것들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단체협약 체결이 되지 않고 공장에 기계도 들어오지 않아 일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인텍 노동자들은 이달 1일부터 새 공장에 출근하기로 지난 1월11일 사측과 합의했다.
사측은 약 6개월간 준비해 이달 1일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로 했고, 이 기간에 노동자들에게 유급 휴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에 새로 마련된 파인텍 공장에는 아무런 집기가 설치되지 않고 텅 비어 있어 업무를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 지회장은 "단협의 110여개 조항 가운데 40개쯤은 노사가 합의했고 70여개는 아직 합의가 안 된 사항"이라며 "이야기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지만 그것이 안 되면 공장에 기계도 없고 실제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만큼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공장 가동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며,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민표 파인텍 대표는 "1일부터 출근해서 일하라고 숙소까지 정해줬다"며 "다만 준비작업 때문에 장비 반입을 2∼3일 보류했다"고 해명했다.
노사 단협에 대해서는 "노조가 종업원 500명 수준 회사의 단협안을 가지고 5명 회사에 제안하고 있어 들어주기가 어렵다"며 "절반 정도는 합의했다. 모두 회사가 조합 안에 따라 양보했다. 노조도 양보해서 들어주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파인텍 노사는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스타플렉스(파인텍 모회사)에서 단협을 재개할 예정이다.
파인텍 노사가 올해 1월11일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박준호 조합원은 2017년 11월12일부터 올해 1월11일까지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서 사측에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426일간 농성했다.
당시 회사 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굴뚝 농성자들은 마지막 6일동안 단식도 했다.
지상에서는 차광호 지회장이 33일 동안 단식했다. 차 지회장은 2014∼2015년에 408일간 홀로 굴뚝 농성을 벌인 적이 있는 인물이다.
이들의 투쟁을 지지한 송경동 시인,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등도 25일간 단식에 동참했다.
종교계와 정치권이 함께 중재에 나서 올해 파인텍 노사는 1월11일 전격 합의안에 서명하고 굴뚝 농성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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