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주말 남북미 정상의 비무장지대(DMZ) 깜짝 회동 이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초청 의사를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조만간 김 위원장을 다시 보기를 고대한다며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향한 희망을 거듭 나타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일괄타결식 빅딜이라는 기존 입장에 일정 부분 변화를 주며 북한이 고수해 온 '단계적·동시 행동' 원칙과의 접점을 모색하는 유연한 접근으로 방향을 다소 틀었다는 관측이 나옴으로써 협상 순항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제시하는 '동시적·병행적' 방식은 '새로운 북미 관계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을 한꺼번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한다는 것이다. 북미가 이달 중순 재개될 실무협상에서 주고받기를 통해 일괄타결식 빅딜과 단계적 방식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여지가 더 넓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력 매체들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협상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 핵 동결을 전제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지적인데 이는 미국이 내세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시나리오란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 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다뤘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게 비핵화한 한반도'로부터 골대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기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관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나올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한 핵 보유국 인정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물론 미 국무부는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핵 동결을 최종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비핵화로 가는 협상의 초기 단계로는 상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떤 시나리오를 거치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최종 목표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어떤 해석을 하든 DMZ 전격 회동으로 북미가 협상 진전의 호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 북한 영변 핵시설 이외 핵시설 또는 장거리 미사일 폐기와 이에 상응한 미국의 제재 완화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카드를 주고받는 협상이 결실을 보길 기대한다. 어떤 협상에서도 인내심을 기반으로 한 절충과 타협은 필수이다. 김 위원장은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는 입장차를 세부적으로 어떻게 줄이냐이다. 북미는 지난 2월 정상회담에서 입장차를 극복 못 하고 합의에 실패한 경험을 공유한다. 이는 역으로 보면 상대방이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기회를 가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공언대로 유연한 접근으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새 셈법을 요구해 온 북한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제시 등 적극적인 대안을 갖고 나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명은 없었지만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과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판문점 회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북미 협상의 순항과 더불어 남북 대화와 교류의 물꼬도 터 평화체제로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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