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경영계 또 불참…노동계 "분노 느낀다"(종합)

입력 2019-07-02 16:14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경영계 또 불참…노동계 "분노 느낀다"(종합)
2회 무단 불참으로 경영계 없이 의결 가능…노동계, 정상 진행 요구
박준식 위원장 "최저임금 수준 본격 논의는 부담"…경영계 복귀 촉구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불참 중인 사용자위원들이 2일 열린 전원회의에도 나오지 않았다.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복귀를 더 기다릴 것 없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제7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으나 사용자위원 9명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달 26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 부결 등에 반발해 집단 퇴장한 데 이어 27일 제6차 전원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이에 따라 2회 연속 전원회의에 무단 불참하게 됐다. 최저임금법상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하면 어느 한쪽이 전원 불참한 상태에서도 의결이 가능하다.
근로자위원들은 회의 직전 모두발언을 통해 사용자위원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백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사용자위원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에 진짜 분노할 수밖에 없다. 가슴이 떨려 말이 잘 안 나올 정도"라며 "굉장히 무시당했다, 무례하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위원장에게 요청하건대 유감 표명 정도나 참여 촉구 정도가 아닌 좀 더 강한 메시지를 사용자위원들에게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에 대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사용자위원들 없이도)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노동자 기대소득 감소분 보전 방안, 경제 민주화 방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정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적 임무와 사명을 대표하는 분들의 무거운 책임 의식을 생각할 때 무한정 참여를 지연시키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위원회의 한쪽 당사자인 사용자위원들이 불참하고 있어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며 사용자위원들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집단 퇴장 이후 여러 차례 내부 회의를 열어 복귀 문제를 논의했으나 소상공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부 위원들이 업종별 차등 적용 무산에 강하게 반발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와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 등 2명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 직전 공익위원들을 만나 경영계 입장을 전달했으나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용자위원들은 3일 예정된 제8차 전원회의에는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2회 연속 무단 불참으로 사용자위원들 없이도 근로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은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의 의제를 노동계에 내줬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내년도 최저임금 금액 심의에서 경영계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백석근 사무총장은 "그런다고(사용자위원들이 불참한다고) 해서 이 자리에 있는 위원들이 그들의 아픔을 더 이해하고 최저임금의 수준을 정하는 데 영향을 받고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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