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예술고 학부모들이 개교 20년이 넘어 낡은 학교 건물을 신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교육 당국은 우선 증축한 뒤 신축은 나중에 검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3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예고는 지난 1980년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 지어진 간호전문대학 건물을 활용해 1998년 개교했다.
이후 시교육청은 개교한 지 21년이 지나 낡은 인천예고 건물에 예술관을 새로 증축하기로 하고 지난해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증축될 학교 건물이 아파트 단지와 지나치게 가깝고 층고가 높아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집단민원을 제기하면서 결국 공사는 중단됐다.
현재까지 1년 2개월 넘게 증축 공사가 미뤄지면서 정작 피해는 인천예고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상황이다.
음악·미술·무용과 학생 450여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는 여러 실습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천장에서 비가 새거나 층고가 너무 낮아 연습이 어려운 공간이 많다.
2013년 시교육청이 벌인 초·중·고등학교 석면 전수조사에서는 인천예고 건물 절반가량에 석면이 들어간 건축 자재가 쓰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해체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열악함을 더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2024년까지 인천 내 모든 학교의 석면을 철거할 계획인데 인천예고의 경우 목표 시기는 2023년이다.
이 학교 학부모들로 이뤄진 인천예고 비상대책위원회는 열악한 학교 환경을 규탄하며 지난달 말 시교육청 앞에서 신축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김혜숙 인천예고 교감은 "공립예고로서 주변 예고보다 연습실은 훨씬 많지만 시설이 낡아 학생 건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곧 새 예술관을 짓기로 했던 터여서 시설 투자를 더 하지 못했는데 공사가 중단돼 더욱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관할 동부교육지원청은 우선 중단된 증축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내년 3월 착공을 목표로 설계를 재공모한 상태다.
인근 주민의 요구 사항 일부를 받아들여 증축할 예술관과 아파트 사이 거리를 기존 15m에서 32m로 늘리고 건물 높이도 당초 5층에서 3층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학교를 신축 이전하는 안에 대해서는 10년이 넘는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비 등을 모두 합치면 예산 1천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시교육청은 내다보고 있다.
인천시 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직 추가 협의가 남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건물을 증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이전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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