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예결위원장 경선 놓고 김재원·황영철 '신경전'

입력 2019-07-02 18:24  

한국당 예결위원장 경선 놓고 김재원·황영철 '신경전'
金 "작년 원구성 합의는 무효"…黃 "원칙 저버려 유감"
'친박 vs 비박' 당내 계파갈등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이동환 기자 = 자유한국당이 2일 자당 몫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결국 경선으로 선출하기로 해 내부 잡음이 일고 있다.
앞서 한국당은 임기 1년의 20대 국회 마지막 예결위원장으로 황영철(3선) 의원을 내정했으나, 김재원(3선) 의원이 최근 경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측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일각에선 원내지도부가 내부 교통정리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중재는 무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5일 오전 9시 국회 본관에서 예결위원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선을 통해 예결위원장 후보자를 뽑겠다는 발표였다.
당 사무처는 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후보 등록을 받는다는 선거 공고문도 냈다.

경선을 주장해 온 김재원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헌·당규상 복수의 후보가 있으면 경선을 하게 돼 있다. 다른 아무런 방법이 없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합의에 참여하고,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작년 당시 합의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 무효"라고 말했다.
지난해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때 자신이 검찰 기소에 따른 당원권 정지로 상임위원장 배분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점, 또 황영철 의원이 대법원 최종심을 남겨놓고 있음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황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만큼 대법원 최종심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예결위원장을 재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반면, 황 의원은 지도부의 경선 방침에 즉각 반발했다.
황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경선 결정은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논의 당시 의원총회에서 추인된 사안을 번복한 것"이라며 "그동안의 원칙을 저버린 부당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여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당은 작년 7월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을 안상수·황영철 의원이 1년씩 나눠 맡기로 교통정리를 했고, 이에 따라 황 의원은 당 지도부 선거 출마를 위한 안상수 의원의 중도 하차로 지난 3월 잔여 임기 3개월을 채우는 예결위원장에 선출된 바 있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남은 1년의 예결위원장도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게 황 의원의 입장이다.
황 의원은 "경선 참여 여부를 포함한 거취를 고심하고 있으며 추후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경선 불참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황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의원 측은 애초에 황 의원의 재판 문제를 거론하며 경선을 요구했었다"며 "김 의원 본인 역시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받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박이 나오자 급기야 말을 바꿔 당시 원내 합의 자체가 부당하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이 '경선 포기'를 선언할 경우 김 의원은 단독 입후보를 거쳐 오는 5일 의원총회에서 예결위원장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원장직을 둘러싼 두 의원의 신경전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계를 대표하는 김 의원과 비박계이자 복당파인 황 의원이 대립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불과 1년 전에 합의한 사안을 이렇게 뒤집어도 되느냐"며 "지도부가 뒷짐 지고 있다가 결국 당내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지난해 원 구성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비박계이자 복당파인 김성태 의원이었다.
goriou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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