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워싱턴 내셔널스의 좌완 선발 패트릭 코빈(30)이 절친한 사이였던 타일러 스캑스의 등번호를 달고 감동의 역투를 펼쳤다.
코빈은 3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에서 전날 숨진 스캑스의 등번호 4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선발 등판했다.
그는 마운드 뒤편에 손가락으로 숫자 '45'를 새긴 뒤 투구를 시작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 초 3연속 안타를 허용해 선취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코빈은 호흡을 가다듬고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공을 던졌다.
1회를 1실점으로 막은 코빈은 7회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2-1로 앞선 8회 원더 수에로에게 공을 넘겼다.
수에로가 8회에 동점을 내주는 바람에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코빈은 많은 야구팬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그는 경기 후 "그저 한 가지만 생각하며 공을 던졌다"라며 하늘로 떠난 친구를 기렸다.
'스캑스가 어떤 친구였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엔 한참 동안 고개를 떨군 뒤 "죄송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코빈은 스캑스와 절친한 사이였다. 두 선수는 2009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 함께 입단했다.
이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함께 트레이드됐고, 마이너리그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힘든 시절을 함께 보냈다.
메이저리그 데뷔도 2012년 함께 했다.
워싱턴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은 경기 전 "코빈은 스캑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코빈은 예정대로 선발 등판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에인절스에서 뛰던 좌완투수 스캑스는 2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당국은 부검해 사인을 밝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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