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적·제3국경유 통해 '이란 원유 우회수입' 의혹

입력 2019-07-03 15:20  

중국, 환적·제3국경유 통해 '이란 원유 우회수입' 의혹
한 달 전 빈 배였던 중국 유조선, 원유 가득 싣고 말라카해협 통과
중국, 말레이시아로부터 원유 수입량 2.8배 급증…제3국 경유 의혹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이 해상 환적이나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이란산 원유를 우회 수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5월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 금지 제재를 발동한 이래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통계상 크게 감소했으나 비공식 루트를 통해 거래가 계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이 이란을 측면지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우회수입이 사실로 확인되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무역마찰에 이어 미중관계를 한층 긴장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선적의 '퍼시픽 알파'로 보이는 대형 유조선이 지난달 28일 말라카해협을 통과했다. 위성사진에는 대량의 원유를 운반하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원유 수송·보관 전문 조사업체인 탱커 트래커스 닷컴에 따르면 이 유조선은 한 달 전 중동에 있을 때는 화물을 싣지 않은 빈 배였다.
사미르 마더니 탱커 트래커스 닷컴 공동창업자는 위성사진을 보여주면서 "5월에 이란 영해 부근에서 환적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5월 2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 원유수입금지 한시적 예외조치를 철폐했다. 당장 5월 이란의 원유수출은 하루 50만 배럴이 채 못된 것으로 추정돼 피크때의 250만 배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에서도 5월 이후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많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과 중국석유화공그룹 등 유력 국유기업들이 국제결제망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해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의 5월 이란산 원유수입량은 107만t(약 790만 배럴)으로 전달과 비교하면 67% 감소했다. 그러나 환적 혐의가 드러난 점을 고려하면 실제수입량은 공식통계수치 만큼 줄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제3국을 경유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의 5월 중 말레이시아로부터의 원유수입은 137만t에 달해 4월의 2.8배로 급증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모두 우회 수입을 부인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이란, 중국 모두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석유시장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의 이란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회수출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란이 국내에서 원유를 석유화학제품으로 가공해 수출을 늘리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은 5월 말 이란이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을 현재의 6천500만t에서 2021년 3월까지 9천2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석유화학제품은 육로수송이 쉬워 원유보다 추적이 어렵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유조선의 위치를 표시하는 위성통신 스위치를 끈 사이 해상의 선박에서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방법으로 밀수출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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