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파업에 대체급식…아이는 웃고 학부모는 불편 호소(종합)

입력 2019-07-03 14:54  

학교비정규직 파업에 대체급식…아이는 웃고 학부모는 불편 호소(종합)
빵·주스 받아들고 환호성…일부 학교 이른 하교에 "일찍 끝나서 신나"
학부모들 "밥 안 주니 불편해"…"오죽하면 파업했을까"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전명훈 기자 = 급식 조리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3일 불편함을 호소하는 어른들과 대조적으로 아이들 대부분은 대체 급식과 단축 수업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날 정오께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 점심시간 풍경은 평소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빵과 주스를 받은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었다.
이날 이 학교에는 3학년 학생 일부가 급식실에서,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서 대체급식으로 제공된 빵과 브라우니 등을 먹었다.
학생들은 "맛있다"라고 감탄사를 쏟아내며 친구에게 "빨리 먹어봐"라고 권하기도 했다. 빵을 먹으며 '369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 남학생은 빵을 반쯤 먹고 난 뒤에야 집에서 가져온 유부초밥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반면 제공된 빵이 입맛에 맞지 않은 듯 굳은 표정으로 빵을 전혀 뜯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과일 젤리 등을 친구에게 주기도 했다.
서울의 다른 초등학교 점심시간도 들뜬 학생들로 떠들썩했다. 빵과 주스가 일회용 접시에 담겨 나오자 1학년 3반 학생들이 "와"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학생들은 "빵이다", "홍시도 나왔다"면서 평소와 다른 점심 메뉴를 즐겼다.
19명이 정원인 3반 담임 교사가 도시락을 싸 온 학생이 있는지 묻자 학생 2명이 손을 들었다.
비정규직 총파업으로 단축 수업을 시행한 한 초등학교에서는 낮 12시 15분께 학생들이 하교했다.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은 표정은 밝았고, 학부모들은 교문에서 자녀를 맞이했다.
3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일찍 끝나서 신나요"라고 말하며 교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6학년 학생은 "단축 수업이라 친구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마중 나온 엄마와 점심을 밖에서 먹은 뒤 방과 후 수업을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오기도 했다.

들뜬 학생들과 달리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도시락 싸기와 이른 하교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4학년 자녀를 둔 박모(39)씨는 "오후 출근 전 도시락을 주려고 학교에 왔다"며 "다른 아이 도시락도 부탁받아서 도시락을 3개나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파업하는 분들의 고충도 있겠지만 많이 불편하다. 아이들 밥을 안 주니까 속상하다"며 "학부모 단체 카카오톡 방에도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맞벌이하는 자녀 부부 대신 2학년 손주를 데리러 온 할아버지 박모(83)씨는 "양측이 한 걸음씩만 물러서면 되는데 왜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며 "(학교, 노조가) 대책을 마련하고 파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2학년 딸을 둔 한 학부모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환경은 알지만, 아이들을 볼모로 잡아서 결과를 얻는다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빨리 파업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4학년 자녀를 둔 송모씨는 "아이 점심을 먹이고 방과 후 수업에 다시 데려다주는 게 불편하다"면서도 "그분들(노동자)도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하는 것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학년·1학년 자녀를 둔 백모(40)씨는 "불편하고 속상하지만, 비정규직 분들의 상황이 이해가 간다"며 "오죽했으면 이렇게 파업을 할까 싶다. 정규직 전환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오전 파업 참여 학교 조리실은 운영이 되지 않아 적막만 감돌았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조리실에는 직원이 아무도 없이 비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늦어도 아침 일찍부터 급식 조리원들이 바삐 움직이며 학생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했겠지만 이날은 조리원은 물론이고 쌀이나 채소 같은 기본적인 식재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급식실은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고 음식 냄새 대신 청소용 소독제 냄새가 빈자리를 채웠다.
급식실 벽에 붙은 이날 점심 식단은 '간편식 제공(개별포장&음료)'이었다.
또 다른 학교도 급식실이 텅 비어 있긴 마찬가지였다.
영양사가 혼자서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배달한 소보루빵 박스를 옮기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오늘부터 총파업…3천600개교 대체 급식 / 연합뉴스 (Yonhapnews)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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