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자지만 드라마 내용 불편하지 않아…목소리 덕분에 얻은 게 많다"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허스키한 목소리에 강한 눈매가 주는 날카로운 인상과 달리 실제로 만난 배우 엄태구(37)는 낯을 많이 가리는, 부끄러움 많은 사나이였다.
엄태구는 영화 '밀정'(2016)에서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하시모토 역으로 뺨 때리는 연기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데뷔 13년 차 배우다. 최근 종영한 OCN 오리지널 '구해줘2'에선 드라마 첫 주연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엄태구는 극 중 수몰예정지역 월추리 사람들과 가족에겐 '트러블 메이커'지만 홀로 사이비 집단의 리더 최경석(천호진 분)의 정체를 깨닫고 성철우(김영민)와 끝까지 맞서는 안티히어로 김민철로 분했다.
최근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처음엔 긴장과 부담이 되기도 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촬영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 그런 부담감은 거의 다 사라진 것 같아요. 찍다 보니까 각자 맡은 부분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서, 제가 맡은 부분으로 드라마에 보탬이 되고자 했어요. 결과적으로 (첫 주연작이라는 부담을) 크게 느끼진 못한 것 같아요."
그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에 이어 두 번째로 같이 호흡을 맞춘 대선배 천호진(59)에게 특히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엄태구는 천호진과 극 말미 격렬하게 치고받는 거친 액션신을 소화했다.
"현장 자체가 저한텐 무섭고 두려운 공간이에요. 그런데 상대 배우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호진 선배님이라니…. 아우라나 그런 게 있으시잖아요. 내가 과연 선배님과 같이 부딪히는 걸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는데 천호진 선배님이 '네 맘대로 편하게 하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는 천호진이 건넨 조언 중에 '이렇게 해야 네가 안 다친다'며 자신을 걱정해준 말에 특히 감사해했다.
'구해줘2'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원작으로 한다. 그는 "원작 '사이비'를 너무 재밌게 봤고 사이비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부담됐다"면서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을까 봐 연기할 땐 원작을 최대한 지우려고 했다. 따라 하게 되는 부분이 있을까 봐 새로운 김민철 캐릭터를 비워놓고 촬영에 임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신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교회 장로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점에 대해선 "사기꾼이 종교를 도구로 이용해서 사기 치는 내용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교회 사람들도 재밌게 봤다고 했다"고 웃었다.
엄태구에게 '구해줘2'는 JTBC '하녀들'(2014∼2015)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작품이다. 그는 '구해줘2'에 출연하게 된 건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구해줘2'와 다른 장르라면 또 드라마를 찍고 싶어요. 하다 보니까 액션, 누아르 장르들을 많이 하게 됐는데 지금은 그 외 다른 장르들을 해보고 싶고요. 하고 싶은 장르는 되게 많아요. 멜로도 있고요(웃음)."
배우 엄태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허스키한 목소리에 대해 그는 "목소리 덕분에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어렸을 때 맑은 목소리를 잃었지만,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제 이름 연관검색어에 '엄태구 목소리'가 있는 것도 좋아요."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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