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국의 영화감독 우디 앨런(83)이 푸치니의 오페라 연출로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무대에 데뷔한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5일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앨런이 연출하는 '잔니 스키키'가 개막한다.
앨런은 최근 수양딸 딜런 패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본국인 미국에서는 곤욕을 치르고 있으나, 유럽에서는 이런 사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2016년부터 앨런과 손잡고 영화를 제작해 온 아마존은 앨런 감독이 구설수에 휘말리자 최신작인 '어 레이니 데이 인 뉴욕'(A Rainy Day in New York)의 배급을 보류한 반면, 유럽에서는 이 영화가 별개의 배급사에 의해 올해 하반기 개봉될 예정이다.
오페라 개막을 앞두고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앨런 감독은 자신이 왜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나은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50년 전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따뜻한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음악학도들이 출연진으로 나선 이 오페라는 오는 19일까지 라 스칼라에서 공연된다.
앨런은 "내 삶에서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영화 작업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라며 "라 스칼라라는 상징적인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앨런이 전 부인인 여배우 미아 패로와 함께 입양했던 딜런 패로는 지난 2014년 NYT에 공개 서한을 보내 7살 때부터 앨런으로부터 상습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앨런은 성추행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미아 패로가 딜런에게 성추행 기억을 조작해 주입했다고 주장해왔다.
패로의 폭로로 수면 위로 올라왔던 앨런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2017년부터 확산한 '미투' 운동 속에 다시 소환됐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앨런과 작업했던 남녀 배우들이 잇따라 더 이상 그의 작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마존도 그와의 영화 계약을 파기해 앨런은 지난 2월 아마존을 상대로 6천800만 달러(약 76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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