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시민단체들 "약속과 다르게 中·베트남·韓서 노동자 기본권 침해" 고발
수사판사들, 예심서 수사 지휘하며 기소 여부 결정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삼성전자 프랑스법인이 기업윤리와 관련해 거짓 홍보를 한 혐의로 프랑스에서 법원의 예심에 회부됐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존중한다고 홍보해놓고 한국·중국·베트남 등지의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 착취 등의 의혹이 계속 제기돼 결과적으로 프랑스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시민단체 액션에이드 프랑스(ActionAid France)와 프랑스 공영 AFP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지방법원이 지난 4월 17일 삼성전자 프랑스법인의 기업윤리 거짓 홍보 혐의와 관련해 예심 개시를 결정했다.
삼성이 대외적으로 홍보한 윤리경영 약속과 달리 한국·중국·베트남 등지의 공장에서 산업재해와 아동 노동 등 비윤리적 행태가 반복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주장을 더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판사들이 맡는 예심수사는 나중에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요건을 갖췄는지 미리 검토하는 독특한 절차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다.
수사판사들은 필요에 따라 수사 보강을 명령할 수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형사사건에서 예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상당수가 기소와 정식 재판으로 연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삼성은 중국 공장에서 16세 미만 아동 노동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함께 한국·베트남 공장에서 산업재해 등 근로자 건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웹사이트 등 마케팅 수단을 통해 "모든 이들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강제노동, 임금착취, 아동노동 등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거짓' 홍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 시민단체들은 중국, 한국, 베트남 등지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증언을 모은 시민단체들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사업장에서 아동 노동, 법적인 한도를 넘는 장시간 노동,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가혹한 근로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수사판사는 지난 4월 17일 삼성전자 프랑스법인 관계자를 출석시켜 의견을 청취한 뒤 예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작년에 프랑스 법원에 삼성전자 프랑스 법인과 삼성전자의 본사를 함께 고발한 프랑스 시민단체들은 삼성이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윤리경영에 대한 약속을 공개적으로 했기 때문에 거짓 홍보로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에 대해서 프랑스 사법부가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프랑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할 것을 우려해 법원에 곧바로 기소를 요청하는 일종의 '재정신청' 제도를 이용해 삼성전자를 고발했다.
법원의 이번 예심개시 결정은 이 같은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전자 본사에 대한 고발은 법원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시민단체 '액션에이드 프랑스'는 이날 법원의 예심 개시 결정에 대해 환영성명을 내고 "삼성이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중 하나가 되고자 한다면 법정에서 그 약속들을 설명해야 할 것"이라면서 "(법원이 기업의) 윤리적 약속을 강제사항으로 해석한다면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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