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주고받기 언급 속 유연성 발휘 주목…美조야내 우려도 고개

입력 2019-07-04 00:36   수정 2019-07-04 09:30

비건 주고받기 언급 속 유연성 발휘 주목…美조야내 우려도 고개
WMD 동결 '입구' 로드맵 염두 가능성…"연락사무소·인도적 지원 카드로 손짓"
'영변+α-제재완화' 접점찾기가 결국 관건 관측도…전문가들, 협상안 후퇴 경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협상팀이 이달 중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간 실무협상을 앞두고 '새 협상안'에 대한 본격적인 밑그림 그리기에 나선 모양새이다.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입'을 통해 전해진 바에 따르면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입구'로 하는 한편 제재는 일단 유지하면서 연락사무소 설치 등 외교 관계 개선과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유화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북미 정상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항목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동시적·병행적' 진전을 위한 포괄적 협상에 나서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주고받기, 즉 '일부 타협'(give and take)을 할 여지를 여러 차례 시사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그가 앞서 언급했던 '유연한 접근'과 맞물려 미국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발휘한 로드맵을 내놓을지, 일괄타결식 빅딜론을 고수할지 등이 관건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가 앞서 보도한 '핵 동결론'과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협상의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후퇴, 하향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미 조야에서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경계론도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라고 언급했다.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 언급이었으나, NYT가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있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리들이 북미 협상의 새로운 라운드의 기반이 될 수 있길 기대하는 '진짜 아이디어', 즉 핵 동결에 초점을 둔 내용이 구체화돼 왔다고 보도한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대선 국면에서 내세울 수 있는 외교 치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서 궤도를 수정, '핵 동결'로 현상을 유지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 등을 통해 미국 본토 위협을 없애는 쪽으로 '골대'를 옮기는 게 아니냐는 미 조야내 의구심 어린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 비춰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핵동결을 목표로 조정했다기보다는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을 입구로 하면서 WMD의 완전한 폐기를 최종 종착점으로 하는 로드맵을 염두에 두고 단계별 비핵화 조치 및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완화 등의 상응 조치의 조합에 대해 가다듬기를 진행 중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해 유연해질 여지가 있다"며 언급한 ▲인도주의적 지원 ▲인적 대화 확대 ▲서로의 수도에 주재하기 등은 미국이 초기 상응 조치로 내놓을 카드들로 보인다.
이 가운데 '서로의 수도에 주재하기'는 북미 간 외교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국교 정상화는 통상적으로 이익대표부 설치→연락사무소 설치→상주 대사관 설치 등의 수순으로 이뤄진다.
비건 특별대표는 일단 "개략적으로 우리는 비핵화 전에는 제재완화에 관심이 없다"며 '선(先)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직후 "제재는 유지되지만, 협상의 일정 시점에(at some point) 어떤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언급, 제재완화의 시점을 놓고 미국이 다소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는 열어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로드맵 전체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통한 '일괄합의'를 주장해온 미국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들어 '동시적·단계적 해법'을 주장해온 북한 간에 어느 정도 접점을 찾느냐도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북미 정상이 '포괄적 협상' 원칙에 합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만큼, 북측도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는 협상 방식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 각론에서는 여전히 양측간에 간극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일각에서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래 '빅딜론'을 고수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영변+α'와 일부 제재완화 등을 바꾸는 '스몰 딜'부터 합의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발휘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비건 특별대표가 언급한 연락사무소 설치나 인도적 지원은 사실 하노이 담판 전부터 미국이 거론해온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카드는 아닌 데다가 북측 입장에서 충분한 인센티브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노이 담판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영변의 값어치'에 대해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하느냐 여부와 북한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α'를 내놓느냐가 남북 경협 등을 고리로 한 일부 제재완화 등에서 미국이 탄력성을 발휘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 그룹 등 미 조야 내에서는 실무협상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3일(현지시간) NBC방송 기고 글을 통해 북미 정상의 지난 주말 판문점 회동에 대해 "이번 TV용 이벤트는 북한 지도자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포기 합의로 귀결돼야만 역사적인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사진 찍기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지난 24일 CSIS가 주최한 행사를 비롯, 워싱턴 주변에서 열린 여러 행사에 미 당국자들이 참석하기로 했다가 "북한과 관련해 민감한 상황"이라며 돌연 '노쇼'(나타나지 않는 사람)가 되는 일들이 발생했다면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브로맨스와 관련해 뭔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더 힐 기고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와 제재 이행, 군사 훈련 재개, 인권 문제 개선, 위협 자제 등에 대한 포괄적 로드맵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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