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등 "英 외무장관 홍콩 발언으로 영국 이미지 망가져"
인민일보, 홍콩 각계 '폭력 반대·폭도 엄벌' 여론 집중 보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이 홍콩 입법회를 점거한 홍콩 시위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중국 주요 매체들이 연일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4일 사평(社評)에서 헌트 장관의 발언은 영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헌트 장관은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 폭력 점거 이후 시위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 않은 채 1984년 홍콩반환협정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만 하고 있다"면서 "그는 되레 중국이 이미 이행이 끝난 연합성명을 지키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헌트 장관의 태도는 정도를 매우 벗어난 것"이라며 "일부 분석가들은 그가 영국 보수당 대표와 수상 자리를 차지하려고 일부러 강경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또 2011년 영국에서 발생한 폭동을 거론하면서 당시 3천여 명의 사람이 체포됐고, 이 중 1천774명이 기소를 당했다고 영국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홍콩시위와 같은 일이 영국에서 벌어져 영국 의회가 훼손됐다면 관련 시위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이날 논평(論評)에서 홍콩시위에 대한 헌트 장관의 발언을 강력히 비판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홍콩 정부가 이미 여러 노력과 자제를 촉구하면서 홍콩은 현재 안정을 되찾았다"며 "이런 시기에 헌트 장관의 발언은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홍콩에서 발생한 혼란은 물론 홍콩 내부의 원인 때문"이라며 "그러나 헌트 장관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처럼 시위대를 '용기 있는 사람'이라 칭하면서 선동하는 것은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사로움은 정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면서 "헌트 장관의 불 위에 기름을 끼얹는 언행은 자신과 영국의 이미지를 훼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인민일보 해외판도 이날 논평을 통해 홍콩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에 대해 "폭도들에게는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홍콩 입법회를 점거한 시위는 홍콩의 법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폭력 행위를 한 시위대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문은 또 홍콩 관변 학자와 인사들의 시위대 비판 발언을 소개하면서 홍콩 내부에서도 폭도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BBC 방송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이 일국양제를 규정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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