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이뤄지는 다수공급자계약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물품 가격을 부풀려 공공기관에 10억원대 토목용 보강재를 납품한 업자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최진곤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67)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고 4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1∼2014년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서 토목용 보강재 다수공급자계약 입찰에 참여해 적격자로 선정된 뒤 거래처에 실제 공급한 가격보다 3∼4배 높은 단가로 가격자료를 써내 6차례 조달계약을 불법 체결했다.
그런 뒤 A 씨는 경북·경남·전남·부산지역 지자체와 산하 공공기관 등 20여곳으로부터 납품 요구를 받고 67차례에 걸쳐 10억8천만원 상당 토목용 보강재를 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명의 납품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일반 조달물자구매계약과는 달리 다수공급자계약은 적격성 평가·가격협상 절차를 거친 다수의 공급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조달청장은 계약 체결 단계에서 물품 단가만 정하고 수요기관장이 나라장터를 통해 직접 납품을 요구해 대금을 조달청장을 거쳐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물품업자가 진실한 가격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나라장터와의 거래 정지, 부당이득금 환수, 계약 해지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애초에 높은 단가를 제출하더라도 조달청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허점을 노렸다.
재판부는 "공공 조달사업 거래질서를 왜곡하고 국가 재정에 손해를 끼쳐 죄질이 불량한 데도 피고인은 허위 가격자료를 제출한 것이 속임수가 아니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며 판시했다
이어 "다만 실질적인 피해 금액은 기소된 편취금액보다 적은 점, 납품한 토목용 보강재에 품질상 하자가 없는 점, 조달청으로부터 부과받은 환수금 반환을 위해 노력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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