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 이익대표국 역할…호주 총리 "스웨덴에 깊은 감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북한에 억류됐던 호주인 대학생이 풀려난 데는 스웨덴 정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북한에서 연락이 두절됐던 자국민 대학생 알렉 시글리(29)가 풀려났다면서 "호주 정부를 대표해 시글리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한 스웨덴 당국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결과는 복잡하고 민감한 영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당국자들이 다른 나라 정부들과 긴밀히 협력해 신중히 막후 작업을 하는 것의 가치를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 1일 방북한 스웨덴 정부 특사 켄트 롤프 마그누스 해슈테트가 시글리 석방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스웨덴 외교부는 애초 특사 방북에 대해 '정기적 접촉'이라며 의미를 절하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을 방문한 특사가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외교정책 핵심 라인을 잇따라 면담하며 적극적인 석방 중재 노력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지난 2017년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 석방에도 적극 개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스테판 뢰벤 총리에게 따로 감사의 말을 전한 바 있다.
이처럼 스웨덴이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는 서방 국가의 이익대표국이자 대북 창구 역할을 하게 된 데는 다른 나라와 달리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스웨덴은 1973년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1975년엔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주북한 스웨덴 대사관은 이후 북한에 대사관이 없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국가의 영사업무를 대행해 왔다.
스웨덴은 내전을 겪는 예멘 정부와 반군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서 작년 말 휴전 합의를 끌어내는 등 국제분쟁 해결에 앞장서는 전통도 지니고 있다.
작년 6월 역사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데도 스웨덴의 역할이 있었다.
스웨덴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자 회담 장소를 제공하겠다며 적극성을 보였고, 같은 해 3월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초청해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성공적으로 조율해 북미 간 신뢰를 쌓는 데 기여했다.
당시 뢰벤 총리는 리 외무상을 만난 뒤 북한과 국제사회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스웨덴 정부는 올해 초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분쟁 관련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와 공동주최하는 국제회의에 북미 대표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양측 간 실무 접촉 성사에도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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