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이유는 언급 안 해…호주 정부, 북한에 가지 말라 경고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호주 유학생이 일본에 있던 아내 곁으로 돌아와 행복하다고 석방 후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본인이 왜 북한 당국에 억류됐는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5일 A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인 북한 유학생 알렉 시글리(29)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내 유카 곁으로 돌아와 행복하다. 내가 괜찮다고 안심시키기 위해 (호주) 퍼스의 가족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괜찮다는 걸 모두가 알길 바랄 뿐"이라면서 "내가 무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모든 이들께 공개적으로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글리는 이달 초 방북해 북한 외교정책 핵심 라인을 잇달아 면담한 스웨덴 정부 특사 켄트 롤프 마그누스 해슈테트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부 장관에게 특히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이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한다"면서 언론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기자회견 등을 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시글리의 아버지 게리 시글리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대학 아시아학 교수는 아들이 북한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작년부터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 문학 석사 과정을 밟던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가, 호주 정부와 중재자로 나선 스웨덴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4일 석방됐다. 지금은 일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글리가 북한 당국에 억류됐던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4일 오후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글리는 왜 억류돼야 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말에 답을 하지 않았다.
일부 외신은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에서의 경험을 소개하고 자신이 평양에 머무는 몇 안 되는 외국인 대학생 중 한 명으로서 대단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해슈테트 특사는 로이터 통신과의 통화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우리의 주장을 들을 준비가 돼 있었고, 그래서 이 문제가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시글리에게 북한에 돌아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피터 더턴 호주 내무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내 조언은 아주 명확하다. 나라면 일본에 머물 것이다. 남한에 다시 가거나 호주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이 모두가 북한에 돌아가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더턴 장관은 "난 그가 그런 상황에 자신을 다시 밀어 넣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매우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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