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체·병원·제약사 짜고 몰래 빼돌려…제약사 직원 등 5명 검거
'에토미데이트' 유흥종사자 중심 확산…프로포폴보다 관리 덜 엄격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판매한 의약품 도매업체와 제약회사, 병원 관계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의약품 중간 유통업자 A(39)씨와 B(34)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C씨 등 3명을 불구속해 지난달 26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강남경찰서 제공]
A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 23일까지 4억1천만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 1천740박스(1만7천400앰플)를 불법 판매하고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사법에는 약사나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게 돼 있다.
C씨는 제약사 직원 D씨(불구속)의 부탁을 받고 의약품 납품 거래 관계에 있는 병원 관계자 E씨(불구속)와 공모해 약품을 정상 납품한 것처럼 위장해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이렇게 빼돌린 에토미데이트를 중간 판매책 A씨와 B씨에게 판매했다. 중간 판매책들은 다시 유흥종사자 등에게 직접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하거나 직접 주사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약품 가격은 실제보다 23배가량 비싸게 팔았다.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같이 전신 마취 효과를 내는 의약품이다.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것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출납 관리가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않다.
중독사를 부를 수 있는 프로포폴과 달리 학술적으로 생명에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으나 투약 후 의식이 저하한 상태에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한 모텔에서는 20대가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후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은 익사였으나 에토미데이트 투약 때문에 의식이 저하한 상태에서 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근 에토미데이트가 유흥종사자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4월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와 같이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품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남용 사례를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불법 유통사범은 지속해서 단속해 엄정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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