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폴란드의 유대인 수용소였던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용서를 역설한 에바 모제스 코르가 4일(현지시간)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코르의 아들 알렉스는 어머니가 역사 교육을 목적으로 폴란드를 방문하던 중 호텔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미국에 살던 코르는 고령에도 매년 자신이 인디애나주 테러호터에 설립한 홀로코스트 박물관의 관계자들과 폴란드 아우슈비츠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스는 "어머니가 최근 심장 수술과 호흡기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고 밝혔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자신의 발걸음을 따라 모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 달라고 말씀하시곤 했다"면서 "그것은 그의 유산이자 선물"이라고 말했다.
루마니아 태생의 유대인인 코르는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뒤 미국으로 건너와 연단과 자서전 등을 통해 '용서'의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지난 2015년 나치 친위대원 출신인 오스카 그뢰닝의 전범 재판에서 코르가 눈물을 흘리며 그뢰닝을 껴안는 장면은 독일 언론을 크게 장식했다.
코르는 당시 그뢰닝의 징역형에 반발하며 "그를 감옥에 보내는 대신 독일 학생들에게 홀로코스트를 증언하도록 해달라"고 청원했다.
그는 앞서 미국에서 '아우슈비츠 나치 실험실 생존자의 자녀들'이라는 뜻의 '캔들스'(CANDLES·Children of Auschwitz Nazi Deadly Lab Experiment Survivors)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캔들스 박물관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에바의 삶의 테마는 분명하다. 고통과 비극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용서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코르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에릭 홀콤 인디애나주지사도 "세계가 한 명의 거인을 잃었다"라며 "코르는 그가 간 모든 곳에 빛을 가져다주었고,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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