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에 눈 뜬 14억의 나라 중국, 벌금제 속속 도입

입력 2019-07-05 14:20  

쓰레기 분리수거에 눈 뜬 14억의 나라 중국, 벌금제 속속 도입
상하이, 이달부터 '강제 분류시대' 시작…베이징도 뒤따른다
심각한 위반자는 '사회신용' 불이익, 항공·철도 이용 금지될 수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한국 가정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나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은 음식을 그대로 배달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아무렇게나 비닐봉지에 넣어 버린다.
굳이 힘들게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국이 쓰레기 분리수거에 막 눈을 떴다.
중국 언론들은 최근 상하이가 "쓰레기 강제 분류 시대"를 열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상하이는 1일부터 생활 쓰레기 관리 조례를 시행해 재활용품, 유해 쓰레기, 젖은 쓰레기, 마른 쓰레기 등 4종으로 분류해서 버리도록 했다.
앞으로 쓰레기를 분류하지 않고 함부로 버리는 개인은 50∼200위안(약 8천500∼3만4천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규정을 위반한 기관이나 업체에는 최고 5만위안(약 851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쓰레기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에 대해 '사회신용' 제도로 불이익을 주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위반자의 정보는 공공신용 정보 플랫폼에 모이며 법에 따라 조처된다.
중국에서는 사회신용 제도에 따라 신용불량자는 항공기와 고속철도 타지 못하게 한다.

신경보는 상하이의 새 조례가 "사상 최고로 엄격한" 쓰레기 분류 제도로 불린다면서 온라인에서는 쓰레기 분류 방법을 숙지하려는 열기가 뜨겁다고 5일 전했다.
상하이의 많은 시민이 쓰레기 분류제가 시행되자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쓰레기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버블티를 끊었다'는 유머러스한 동영상이 1억5천만건의 조회 수를 올렸다.
14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배출하는 막대한 양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환경오염과 전쟁 중인 중국 당국에 점점 큰 골칫거리가 됐다. 베이징만 해도 하루 2만6천t의 생활 쓰레기가 나오는데 1인당 평균 1.1㎏에 해당한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하고 스타벅스마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정도로 배달 문화가 널리 퍼지자 쓰레기 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졌다.
이에 중국은 내년까지 46개 중점 도시에서 쓰레기 분류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213억위안(약 3조6천억원)을 투입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요 지시를 내리고 "인민들이 쓰레기 분류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쓰레기 분류의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도 상하이의 뒤를 이어 쓰레기 강제 분류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베이징의 아파트에는 종류별 쓰레기통이 있지만,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재활용품 분류 배출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음식 쓰레기 분류가 특히 저조하다.
베이징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2012년에 쓰레기 분류 제도를 시행했지만, 개인이 쓰레기 분류에 참여하도록 하는 강제력이 없다.
쑨신쥔 베이징시 도시관리위원회 주임은 베이징시 생활쓰레기 관리 조례 개정이 2018∼2020년 입법 계획에 이미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에도 쓰레기 분류 책임을 분명히 지울 것이라면서 "이후에는 분류하지 않으면 위법이 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의 처벌 수위는 상하이보다 더 세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이 신문은 상하이와 광저우, 항저우 등 9개 도시가 이미 쓰레기 분류 제도를 입법화했으며 톈진 등은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쓰레기 분류 규정을 위반한 개인에게 최고 200위안의 벌금을 물리는 도시가 대부분이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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