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행 에어아시아 8시간 지연에 소송…2심 원고 일부승소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항공기 운행지연으로 발생한 승객 불편에 항공사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부(양철한 부장판사)는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불편에 대해 승객들이 필리핀 에어아시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1인당 30만원 배상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필리핀 칼리보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Z2037편 필리핀 에어아시아 항공기가 8시간여 지연 출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항공기는 원래 출발시각인 오전 6시 55분을 한참 넘긴 오후 3시 13분에 출발했고, 지연 사실을 출발 1시간 30분 전에야 이메일로 통지받은 승객들은 공항에서 기약 없이 대기해야 했다.
항공사는 해당 항공편 이전 비행 일정이 시스템 정비·항공로 혼잡 등으로 순차적으로 지연됐고, 이후에는 필리핀 공항의 활주로 공사로 6시간 동안 이륙이 불가했다며 지연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 측은 "항공교통관제의 허가 지연과 칼리보 국제공항의 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된 것이므로 회사에 지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승객들에게 즉시 이메일로 지연 사실과 보상 방법을 알리고 식사권을 제공하는 등 조치를 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공기 운항 노선 사이에 시간 간격이 짧아 앞선 항공기 연착 시 순차적으로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항공사가 제때 승객들에게 지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지연 사실이 이메일로만 통지했을 뿐 전화나 문자 안내는 따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비춰 "항공사가 승객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공사가 예상 지연 시간을 구체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승객들이 다른 항공편을 이용하지 못한 점도 참작됐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예율 김지혜 변호사는 "항공편 지연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소송까지 이어지거나 승소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연결편 비행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항공사의 미필적 고의나 과실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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