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층 철거 제외 등 16개 조건부로 1차 통과…건축주가 재심 신청
사전심의제 실효성 의문…서울시, 종합대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붕괴한 건물이 1차 사전 심의 때 지반공사 계획 미비를 이유로 지하층을 철거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건축주가 지반공사 계획을 추가해 재심을 신청, 심의를 통과했지만, 붕괴 사고가 지하 1층 철거 공사 도중 일어난 것으로 파악돼 사고와 연관성이 주목된다.
"결혼반지 찾으러 가다가"…잠원동 붕괴사고로 예비부부 참변 / 연합뉴스 (Yonhapnews)
5일 서초구 굴토(철거)전문위원회 심의의결서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지난달 3일 지하층 철거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철거 심의를 통과했다.
위원회는 지하층 철거를 위한 지반공사(흙막이) 계획이 미비해 이대로는 지하층 철거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폐기물처리계획도 부실해 보완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위원회가 제시한 심의 통과 조건은 16개에 달했다. 여기에는 ▲ 도로변 가림막(EGI펜스) 설치 ▲ 지하층 철거를 위한 지반공사 계획 수립 ▲ 공사장 상부의 과하중을 고려한 동바리(지지대) 설치 ▲ 철거 잔재 당일 방출, 철거감리 상주 등 핵심 안전 조치들이 포함됐다.
이후 건축주는 흙막이 공사를 하는 등 계획을 보완해 재심을 신청, 17일 2차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요구 조건이 6개로 줄긴 했지만, 지지대 설치·잔재 당일 방출·감리 상주 등 핵심 지적사항은 그대로였다.
건축주가 2차 심의 당시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공사 현장에서 심의 통과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현행 사전 심의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애초 서초구는 1차 심의 때 부결됐다고 밝혔지만, 1차 심의 결과는 '조건부 의결'이었다. 지하층을 철거하지 않았다면 공사가 그대로 가능했다.
하현석 서초구 도시관리국장은 "지하층을 철거하지 않으면 공사를 할 수가 없기에 사실상 '부결'과 마찬가지"라며 "기술심의 사항은 세부적인 내용이 많아 조건부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치구가 공사 후 이행 여부를 검증해 건축허가를 부여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공사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무용지물이다. 더욱이 철거감리가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 전역 철거 공사장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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