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참사' 26일간 파견 신원감식팀 윤광상 경감
"정년까지 지식·경험 후배들에 다 전수해주는 게 꿈"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헝가리 '다뉴브 참사'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뛰었던 한국 경찰의 지문 감식 기술이 새삼 관심을 모았다.
헝가리에서는 통상 지문 채취에만 7∼8일이 걸린다는데,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은 빠르면 몇 시간 이내로 신원 감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신원감식팀으로 다뉴브 참사 현장에 급파됐다가 2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광상(56) 경감을 지난 5일 만나 파견 후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과 광역과학수사2팀장인 윤 경감의 사무실(일산서부경찰서)에서 진행됐다.
지난 5월 29일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號) 침몰 사고로 6일 기준 한국인 탑승객 33명 중 2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상태다.
윤 팀장은 "열흘이 넘어가도 시신이 발견됐단 소식이 없을 때는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렸는지, 시신이 수습돼 지문을 채취하는 꿈까지 사흘 내리 꿨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있는데, 먼저 귀국해야 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며 "포기하지 말고 기다리시라고 위로해 드렸는데, 지켜보던 그 마음은…"이라며 말을 다 잇지 못했다.
태국 쓰나미 현장과 세월호 현장에도 파견됐던 윤 팀장이지만, 이번 다뉴브 참사 현장은 조금 더 어려웠다고 한다.
보통 수습된 시신을 특정 장소로 옮겨와 신원 감식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신속하게 신원을 확인하고자 헝가리 DVI팀(대형재난·재해 희생자 신원확인팀)을 따라 100㎞ 이상씩을 이동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또 체류 기간 헝가리가 관광 성수기에 접어든 탓에 숙소를 마련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여서 26일간 짐가방을 6번이나 다시 싸면서 옮겨 다니는 등의 고생도 했다.
다행히 헝가리 DVI팀과의 업무 협조는 매우 원활했다.
"DVI팀에서는 처음부터 수중 시신이나 부패한 시신의 손가락에서 지문채취를 하지 못한다"며 "신원감식팀의 지문채취 기법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며 매우 호의적인 태도로 대했다"고 전했다.
이번 파견 기간 윤 팀장은 헝가리 DVI팀의 모의훈련을 참관하고, 실제로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또 그는 귀국하기 전 자신이 특허를 낸 휴대용 지문채취 장비를 DVI팀에 기증도 했다.
2014년 대한민국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한 윤 팀장은 20여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지문 감식 분야의 '베테랑'이다.
충남대 대학원 과학수사학과를 졸업(이학박사)했고, 지문 감식 관련 특허 출원·등록을 10건 보유하고 있다.
윤 팀장은 "이제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다"며 "남은 기간 내가 습득한 모든 지식과 경험을 후배들에 다 전수해주고 떠나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고 말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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