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병해충 검역 사각지대 빈 '컨' 소독·세척 의무화 필요

입력 2019-07-08 10:14   수정 2019-07-08 10:23

외래 병해충 검역 사각지대 빈 '컨' 소독·세척 의무화 필요
해양수산개발원 "관련 기관 협력체계 구축 등 대책 마련해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항만으로 들어오는 외래 병해충을 막기 위해선 검역 사각지대에 놓인 수입 빈 컨테이너 소독·세척을 의무화하고, 관련 정부 부처와 기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항만 분야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8일 현안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외래 병해충 검역 관련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본과 호주 등 선진 외국처럼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래 병해충 관련 업무는 대상과 발생 장소에 따라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
환경부는 생물 다양성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태계 교란 생물 21종과 위해 우려종 128종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물방역법을 근거로 식물에 해를 끼치는 정도에 따라 검역 병해충, 관리 병해충, 규제 비검역 병해충으로 나눠 관리한다.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병해충은 농촌진흥청이 담당한다.
산림청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림에 있는 식물과 산림 외 지역의 수목(농작물 제외)에 해를 끼치는 병해충을 지정해 관리한다.
이처럼 담당 부처 및 기관, 관리 대상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지적했다.

항만의 경우 2017년 9월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된 붉은불개미처럼 컨테이너를 통해 유입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행법상 검역 대상은 식물에 한정돼 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빈 컨테이너는 검역 사각지대에 있다.
식물방역법의 검역 대상은 운송수단, 사람, 화물에 한정돼 빈 컨테이너는 빠져 있다.
게다가 상당수 빈 컨테이너는 세척이나 소독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부두 밖으로 반출되고 있어 속에 든 외래 생물이 내륙까지 무방비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부두에서 빈 컨테이너를 배정받은 트레일러 기사들이 내부를 살피다가 살아있는 뱀, 도마뱀, 좀, 바퀴벌레 등 각종 생물을 발견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지난해 11월 한 달간 부산 신항에서 반출되는 수입 빈 컨테이너 5천458밴(VAN)을 표본 조사한 결과, 7개에서 구더기, 거미, 바퀴벌레 등의 벌레가 산 채로 발견됐고, 1개에서는 벌레의 사체가 나왔다.
실태조사 분석을 맡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용안 연구위원은 "2017년 기준 부산항에서 반출된 수입 빈 컨테이너가 92만여개임을 고려하면, 연간 약 900개 정도 컨테이너에 외래 생물이 든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외래 병해충 유입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수입하는 빈 컨테이너에 대해선 부두 밖으로 반출하기 전에 세척과 소독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지적했다.
외래 병해충이 유입되는 경로를 분석하고 발생빈도와 위험도 등 국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와 무역 증가로 외래 병해충 유입이 증가하는 만큼 관련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적정한 항만검역 기준을 설정할 것도 주문했다.
검역 강화는 외래 병해충 국내 유입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검역 관련 비용이 늘고 물류 효율이 저하하는 단점이 있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항만 관계 기관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검역 대상 증가가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을 면밀히 따져 성공적인 검역과 항만 운영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검역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항만구역에서 외래 병해충을 차단하고, 국내 정착을 막는 검역·방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련 기관의 역할 정립과 협력 체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위험도 분석을 하고, 해수부와 검역본부는 빈 컨테이너 세척·소독 의무화 및 현실성 있는 검역기준을 함께 마련하는 식이다.
해양수산개발원은 효율적인 빈 컨테이너 세척·소독을 위해 항만배후지에 수리·세척업체들을 모으고, 오수처리시설 등 인프라를 갖춘 클러스터를 구축해 빈 컨테이너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단일 기관에서 외래 병해충을 일괄 관리하는 일본과 호주 사례를 들어 외국 항만의 선진 사례를 수용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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