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북단 알래스카 32도 폭염…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

입력 2019-07-06 03:47   수정 2019-07-06 10:22

북미 최북단 알래스카 32도 폭염…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
거대한 '열돔' 갇혀…대부분 가옥 에어컨 없어 주민들 신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북아메리카 최북단인 미국 알래스카주(州) 최대도시 앵커리지의 낮 기온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화씨 90도(섭씨 32.2도)까지 치솟았다고 미 공영라디오 방송 NPR이 5일 보도했다.
이는 알래스카에서 1952년부터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기온이다.
종전 최고기온은 1969년 6월 14일에 기록된 화씨 85도(섭씨 29.4도)로 50년 만에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앵커리지의 6월 평균 기온은 화씨 60.5도(섭씨 15.8도)로 평년보다 화씨로 5도 이상 높았다. 앵커리지는 16개월 연속 평년 이상 기온을 기록하며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또 앵커리지에 지난달 단 0.06인치(1.52㎜)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쳐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앵커리지뿐 아니라 알래스카주의 다른 도시들도 폭염에 휩싸였다.
케나이는 4일 오후 화씨 88도(섭씨 31.1도)를 찍었고 킹새먼도 화씨 89도(섭씨 31.7도)를 기록했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알래스카주 곳곳에 산불이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알래스카 남부에는 산불 연기로 인해 대기오염 경보도 내려졌다.


알래스카주에서는 산불 경보에 따라 7월 4일 미 독립기념일 폭죽놀이도 주 대부분 지역에서 금지됐다.
폭염으로 알래스카에서 펼쳐진 3㎞ 산악 마라톤에서 출전 선수들이 중도 포기하거나 기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NPR은 전했다.
알래스카주의 고온 현상은 북극권에 가까운 주(州) 상공을 덮고 있는 고기압이 촉발한 거대 '열돔'(뜨거운 공기가 지면에 갇히는 상태) 현상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서부를 펄펄 끓게 하는 극한의 폭염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위를 견디는 데 익숙한 알래스카 주민들은 이례적인 폭염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의 기후 연구원인 브라이언 브렛슈나이더는 앞서 미 NBC 방송에 "알래스카는 여름 주가 아니라 겨울 주여서 주택들도 온기를 집 내부에 잘 유지하도록 지어졌다. 게다가 에어컨도 없기 때문에 밤 시간에 열기를 식히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에 40년간 살았다는 주민 머틀 맥로린은 현지 매체 알래스카 퍼블릭 에너미에 "1970년대 이후로 이런 기온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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