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명문가 미초타키스 신민당 대표, 새 총리 예약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가 7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에 돌입한다.
지난 4년간 집권했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실각하고 기성 정당인 중도우파 신민주당(신민당)으로 정권이 다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정치 명문가 출신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1)가 이끄는 신민당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44)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시리자에 9∼11%포인트(p) 차로 지지율이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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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이를 근거로 신민당이 151석∼165석의 의석을 얻어, 전체 300석으로 이뤄진 그리스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 정부 구성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총리를 예약한 미초타키스 대표는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아들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 컨설턴트 등 은행가로 일하다가 부친의 뒤를 이어 정치에 뛰어들었다.
2013∼2015년 안토니스 사마라스 내각에서 개혁행정부 장관으로 재직하기도 한 그는 경제성장과 외국인 투자, 세금 인하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으로 중산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지지세를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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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리스의 채무 위기가 절정에 달하던 2015년 1월 치러진 총선에서 국제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저항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등극하는 파란을 일으킨 치프라스 총리는 4년 반 만에 정권을 빼앗길 위기에 몰렸다.
그리스 현대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집권한 급진 좌파 정부도 전통의 기성 정당인 신민당에 다시 자리를 내줄 처지에 놓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임기 초반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까지 위협하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며 2010년부터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해 온 국제채권단의 긴축 압박에 맞섰다.
하지만 결국 그리스 경제의 파국을 막기 위해 백기를 들고 더 혹독한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재임 기간 연금과 임금 삭감, 세금 인상, 공기업 민영화 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일련의 긴축 정책을 밀어붙였다.
국명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분쟁을 이어온 북마케도니아와의 합의안을 도출하는 등 국민적 반발이 큰 정책을 집행한 것이 치프라스 총리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오랜 긴축에 시달리며 싸늘해진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최근 국제채권단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종 세금 인하와 저소득층을 위한 연금 인상 등 당근책을 제시했으나, 돌아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5월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시리자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오는 10월로 예상되던 총선을 3개월가량 앞당겼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시리자는 24%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 33%를 웃도는 표를 얻은 신민당에 크게 밀렸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5일 아테네 중심가인 신타그마 광장에서 진행한 마지막 유세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사태를 유발한 세력에게 시리자가 패하면 우리는 다시 긴축이 지배한 어두운 시절로 되돌아가는 셈"이라며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을 호소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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