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한국 경제의 성장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정부는 당장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지만, 재고가 모두 소진되고 실제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 반도체, 수출의 20%, 광공업생산의 10% 웃돌아…"성장률 -0.6%포인트" 전망도
7일 관계부처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광공업생산에서 반도체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어선다. 단일품목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에 연관된 산업까지 합하면 비중은 더욱 커진다.
반도체 수출(1천267억 달러·약 148조원)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0.9%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1천893조원)의 약 7.8%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개시했다.
3개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웨이퍼에 칠하는 감광액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조치를 취해왔으나 4일부터 한국을 우대대상에서 제외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출규제를 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더해 한국에 대한 통신기기 및 첨단소재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대책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한국을 우대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리스트에서 빼기로 하고 시행령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전기차 배터리 산업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KB증권은 일본의 제재가 지속해 그 여파로 수출 물량이 10% 감소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더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추가적인 소재와 부품의 수입이 어려워질 수 있어 올해 하반기, 특히 4분기 이후 생산과 수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제전문가 "장기화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 빚어지면 타격 클 것"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성장률을 수정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규제가 장기화해 반도체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성장률을 다시 수정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낮췄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폴더블폰 등 차세대 제품이 제재의 타깃"이라며 "단기간에 기존 제품의 양산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하거나 제재 범위가 확대될 경우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등은 국내 D램과 낸드의 재고 수준이 높고, 주요 소재를 일부 비축하고 있어 수출규제의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소재 공급이 3개월 이상 완전히 중단될 경우에는 국내 반도체 생산과 기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노무라는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3분기까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반도체 재고율이 과거 사이클 조정 시기에 비교해서는 낮은 수준이므로 향후 재고율이 더 상승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생산에 하루라도 차질이 생기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재고를 선제적으로 많이 비축했거나 다른 조달처를 찾으면 영향이 한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고, 추가 제재가 현실화하지 않는다고 해도 위협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투자환경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기업이 의사 결정할 때 장기적 불확실성이라는 요소가 생겨 전반적 거시변수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으로서는 큰 영향이 없고, 오히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는데, 한쪽의 산업생산이 중단되면 얘기가 다르다"면서 "장기화하면 안 좋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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