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수석 전격 유럽行…북미 실무협상 재개 준비 본격화

입력 2019-07-07 04:43  

한미 북핵수석 전격 유럽行…북미 실무협상 재개 준비 본격화
비건, 8∼11일 유럽行·이도훈도 합류…장소·의제 논의 상당 부분 진척 전망
유럽 당국자와 북미 실무협상 장소 논의할 듯…유럽 유력 속 베를린 개연성도
한미, 남북경협 제재면제 등 상응조치 조율 주목…북미 대면접촉 여부도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대북협상 실무를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나흘이나 유럽을 방문하면서 협상 재개 준비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현지에서 비건 대표를 만날 예정이어서 이 기간에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의제 및 장소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는 토요일인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비건 대표의 유럽행을 알렸다. 8∼9일엔 벨기에 브뤼셀을, 10∼11일엔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진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국무부는 또한 비건 대표가 유럽 방문 기간에 현지 당국자들뿐만 아니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회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본부장도 유럽을 방문해 비건 대표와 북미 실무협상 재개 관련 논의를 갖는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와 유럽 당국자들 간 만남에서는 북미 실무협상 장소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장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는 것은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황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지역이 실무협상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월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간 실무협상이 스웨덴에서 열린 바 있다.
이번에 비건 대표 방문지에 포함된 베를린이 과거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번 북미 실무협상 장소로 낙점될 개연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7년 1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만나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로 표류하던 6자회담 재개의 가닥을 잡고 '2·13 합의'의 실마리를 마련한 곳도 베를린이었다.



이 본부장이 유럽 현지에서 비건 대표와 논의를 한다는 것 역시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본부장이 비건 대표의 유럽 방문 이후 미국을 방문하는 등의 형식으로 논의를 할 수 있는데도 유럽 현지에서 한미 간 논의도 병행할 정도로 북미 간 협상 재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비건 대표와 이 본부장 사이에 이뤄질 논의 주제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염두에 두고 있는 대북 인도지원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두루 협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더불어 '+α'의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경우를 상정해 남북 경제협력 관련 대북제재 면제 조치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대북제재 면제 조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상응조치로 제기한 바 있으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미가 정상 간 담판을 통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상황에서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해낼 실제적 상응조치의 일환으로 남북 간 경협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가 재차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대북 인도지원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대북 상응조치로 꼽은 것으로 보도됐으나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부터 유력하게 거론돼온 조치들이라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연락사무소 설치가 북미관계 개선 차원에서 대북 체제보장의 성격을 가진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기는 하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를 내놓으며 제재 완화를 요구했던 북한이 이에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비건 대표 역시 지난달 19일 공개강연에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얼마나 유연한 범위를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좀 더 진전된 안을 제시하면 미국이 상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이 생각하는 대량살상무기(WMD) 전면 동결 및 로드맵 마련과 북한이 제시할 수 있는 '영변 폐기+α' 사이에 접점이 모색될 경우 미국도 그에 준하는 상응조치에 열려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비건 대표의 유럽 방문 기간에 미 실무협상팀과 북측 사이에 대면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3주 내로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한 터라 시간이 아주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 뉴욕의 유엔 북한대표부 등을 통해 협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대면 접촉이 이뤄질 경우 더욱 속도감 있게 협상 재개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건 대표가 유럽 방문 일정 소화 직후 북측 카운터파트와 전격적으로 유럽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비건 대표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4개월 간 협상 교착이 이어진 터라 정상 간 조율된 2∼3주의 실무협상 재개 준비 기간을 충분히 활용한 뒤 실무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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