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결혼이민 여성이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상에는 남성이 여성의 뺨, 머리, 옆구리를 주먹, 발로 마구 때리고, 옆에는 두어 살 된 아이가 "엄마"를 외치며 우는 모습에 담겼다. 지난 5일 피해 여성 지인의 신고를 받은 전남 영암경찰서가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한다. 베트남 출신인 피해 여성은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폭행당한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전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남편이나 시아버지에게 살해된 비극을 떠올린다.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심각한 문제다. 경제적으로 잘살게 됐고, 민주화로 인권 의식이 어느 정도 높아졌다. 그러나 외부 시선이 닿지 않는 가정에서 은밀히 자행되는 여성·아동 폭력은 여전하고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가혹한 게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폭력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폭행, 흉기 협박, 성적 학대를 당하는가 하면 욕설 등 심리 언어적 폭행을 겪고 있다. 생활비나 용돈을 못 받기도 한다. 지난 2007년부터 약 10년간 국내에서 폭행 등으로 숨진 결혼이민 여성이 19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가해자는 대부분 남편이었다.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우리 사회 민낯이 된 지 오래다. 우리는 생활이 여유로워지면서 나만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다. 문화 선진국을 자부한다. 폭력 사회 오명을 벗을 때도 됐는데 그러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혼이민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가 취해지고 있긴 하다. 상담 전화를 개설하고, 폭력을 당하거나 갈 곳 없는 결혼이주민을 위해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신부를 맞는 남성에게 문화 다양성, 인권, 가정폭력 방지 교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지원 방안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결혼이민 여성들이 많다. 알아도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게 인지상정이라 외부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다. 이런 조치만으로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바라기는 어려운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은 매년 전체 혼인의 7~11%를 차지한다. 증가세가 주춤했던 2015년을 제외하면 결혼이민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대부분 여성이다. 글로벌 가정의 아내와 어머니는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다. 부지런하고 교육열 높고 자존심이 강한 베트남은 '사돈국가' 이전에 동질성이 많은 '형제국가'와 같다. 중국, 미국, 일본 다음으로 우리 기업이 수출을 많이 해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을 방문하는 고위 관리들이 가끔 현지 당국자들로부터 듣는 게 '제발 우리 딸들 때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라고 한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0만 명을 넘는다. 저출산 고령화로 외국인 노동력은 더 늘어나고 국제결혼 증가로 결혼이민 여성도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와 조금 다른 외국인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게 과제다. 의지할 데 없는 결혼이민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에 사회가 관대하지 않음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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