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로 새로운 삶을 살다

입력 2019-07-08 14:30  

일상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로 새로운 삶을 살다
김혜련씨, 저서 '밥하는 시간'으로 치유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매일같이 해가 뜨고 진다. 하루에도 수차례 밥을 하고 먹는다. 아침저녁으로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의 노동. 그래서 지금 여기가 아닌 저 너머의 다른 곳과 다른 시간을 꿈꿔 본다.
하지만 꿈만으로 빡빡한 삶을 지탱하노라면 어느 순간 공허해진다. 저 너머는 언제나 저 너머일 뿐 지금 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의 일상에서 그 누구도 아닌 오롯이 나로서 행복하게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간 '밥하는 시간'의 저자 김혜련 씨는 '지금 여기'의 삶을 우리에게 돌려주는 작고 소중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밥이고, 집이고, 몸이고, 일이고, 공부란다. 평범하다 못해 하찮아 보이기까지 하는 일상에서 참의미를 회복하고 새로운 관계 맺기로 삶을 치유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다.
김씨는 20여 년간 국어교사로 살았다. 그러다 40대 후반에 교직을 떠나 경주 남산마을로 들어갔다. 출가수행과 같은 입산이랄까? '저기'의 삶이 아닌 '여기'의 삶을 그토록 갈망했다. 그리고 지금은 경주보다 더 많은 자연 속으로 옮겨 잘 늙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로 삶을 탐구한다. 혼자 먹는 밥상에서 늦가을의 햇살과 뜨듯한 땅속의 기억을, 청소하며 집과 가구의 정겨운 감촉을, 그리고 아궁이에 불 때며 존재의 위엄을 보고 만난다.
일상의 사물에 대한 감수성을 되찾는 것이 곧 삶을 되찾는 것이다. 감각한다는 것은 사물을 직접 만나는 것이고, 그 직접적 만남은 삶을 견고하고 풍성하게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세상의 기쁨이, 작고 소중한 것들이 보이고 느껴진다.
저자는 일상을 이해할 새로운 개념을 이야기하고 이를 다시 일상을 살면서 확장시킨다. 공부하고 배운 것을 일상으로 살아보고, 일상으로 살면서 다시 공부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삶이 새롭고 단단해지더라는 것. 세상의 삶이란 이처럼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마련이다.
다음은 그가 들려주는 행복한 일상의 풍경과 사유들-.
"누구나 자신의 공간이 있을 때 자기답다고 느낀다. 평생 밥을 해도 부엌을 자신의 공간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내 삶을 살고 있다고 믿어지는 공간은 어디일까?"
"비로 쓸면 천천히 내 속도대로 일을 하게 된다. 내 몸을 느끼고 방바닥을 느낀다. 청소와 청소하는 내 몸이 분리되지 않는다. 청소를 하면서 나 자신이 맑고 단단해진다. 단정해진 방에서 나 또한 단정해진다."
"압력밥솥 뚜껑을 열고 김이 막 오르는 밥을 나무주걱으로 살살 젓는다. 먹빛이 도는 자그마한 자기 그릇에 소복이 담는다. 현미잡곡밥에 들깨미역국, 두부구이, 김치. 식탁에 단정히 앉아 손 모아 감사드린다."
서울셀렉션. 316쪽. 1만4천500원.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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