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리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방광암 종양 부위에 직접 투여된 감기 바이러스가 암 세포 사멸에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영국 서리대(University of Surrey)의 하데브 판다 종양학 교수팀이 수행했고, 연구보고서는 저널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실렸다.
4일(현지시간) 서리대 측이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린 연구개요에 따르면 방광 내부 조직의 표면에 생기는 '비 근육 침습성 방광암(NMIBC)'은 영국 내에서 10번째로 많이 생기는 암으로, 매년 확진 환자만 약 1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현지 많이 쓰이는 치료법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눈에 보이는 병소를 외과 수술로 잘라내는 '경요도적 절제술(Transurethral resection)'은, 수술 환자의 50~70%가 재발할 뿐 아니라, 10~20%는 2년 내지 5년에 걸쳐 진행 암으로 변할 수 있다.
다른 선택으론 칼메트-게랑(Bacille Calmette-Guerin) 균을 이용한 면역치료법이 있는데, 이것 또한 적용 환자의 3분의 1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환자도 3분의 1에 달한다.
그래서 판다 교수팀은 다른 방법을 시험했다.
종양 제거 수술을 앞둔 15명의 NMIBC 환자를 콕사키 바이러스(CVA21)에 노출하고 안전성과 면역 관용성 등을 확인했다. 이 바이러스는 코 감기 등을 일으키는 종이지만, '종양세포 붕괴성 바이러스(oncolytic virus)'로 분류되기도 한다.
종양세포 붕괴성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조작되거나 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상황에서, 정상 조직에 해를 끼지치 않은 채 암 세포를 선별적으로 죽이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연구팀은 수술을 1주일 앞둔 환자들의 방광 조직에 카테터로 CVA21을 투입했다.
수술 후 조직 샘플을 검사한 결과, 이 바이러스는 암세포에만 선별적으로 침투한 뒤 스스로 복제하면서 암세포의 파열과 사멸을 이끌었다.
소변 샘플 검사에서 나온 바이러스 잔류물(shedding)을 봐도,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는 죽었고, 암세포에 침투해 복제된 바이러스는 더 많은 암세포를 계속 공격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방광에 생긴 종양에는 면역세포가 작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CVA21을 투여하면 바이러스 침입에 흥분한 종양세포가 면역세포를 자극해 주변의 암세포를 죽이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제로 바이러스가 투여된 다수의 환자에서 암세포 사멸을 확인했다. 특히 한 환자는 불과 1주일 뒤에 받은 수술 과정에서 암세포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판다 교수는 "이런 유형의 암 환자 치료에서 콕사키 바이러스가 일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투여 1주일 만에 모든 환자에서 효과를 확인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객원 연구원인 니콜라 아넬스 박사는 "이와 같은 종양세포 붕괴성 바이러스가 암 치료법의 대전환을 가져와, 기존의 화학치료 등에서 벗어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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