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진보교육감 공약…'제도 완전폐지' 목소리에 힘 실릴 듯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에 이어 9일 서울에서도 경희·배재 등 8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무더기 지정취소 결정을 받으면서 자사고 폐지가 현실로 다가왔다.
아직 교육부의 최종 동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올해 평가받은 전국 자사고 24개교 중 46%인 11개교에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진보성향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공약이 일부 실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공교육 혁신을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고교체제개편 3단계 로드맵'을 내놨다.
첫 단계는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 신입생 동시선발 및 중복지원 금지'였고 두 번째 단계는 '운영평가에서 기준점을 밑도는 점수를 받은 학교나 희망학교의 일반고 전환'이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국가교육회의(위원회)에서 고교체제 개편 방향 논의'다.
이 로드맵은 이미 첫 단계부터 '삐끗'했다. 헌법재판소가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는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자사고의 우수 학생 선점을 막아보려던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3단계 법 제정이 필요한 국가교육위 출범은 언제 가능할지 아직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운영평가가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국정과제를 이룰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실제 일부 자사고가 지정취소 절차를 밟게 되면서 운영평가로 국정과제가 실현되는 모습이 만들어졌다.
다만 자사고라는 학교 유형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진보교육계 입장에서 보면 운영평가로 일부 자사고를 일반고로 바꾸는 것은 '절반의 성공'이다.
중앙·배재·세화 등 서울 8개 자사고 지정취소…평가대상 60% / 연합뉴스 (Yonhapnews)
자사고 완전폐지를 요구하는 쪽은 자사고가 입시 위주 교육을 하며 우수학생을 선점해 일반고를 황폐화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사고 정책 자체가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에 일부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원래 주장도 자사고 지정·운영의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을 개정해 자사고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권한을 가진 교육부가 자사고 제도 폐지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면서 엄격한 운영평가로 지정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추진했다.
이날로 올해 자사고 운영평가 결과 발표가 끝나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정취소가 결정된 자사고들은 교육부가 취소에 동의해 실제 취소처분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않으면 취소 결정을 내린 교육감들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이미 '지정취소 부동의 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진보교육계의 '자사고 완전폐지' 요구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운영평가를 통해 자사고들이 지정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됐다는 점이 '증명'됐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각 교육청이 이번 평가에서 배점과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 등을 달리해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자사고 문제를 각 교육청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직접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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