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회사 사장 살해범 '투항과 투신' 갈등하다 극단적 선택

입력 2019-07-09 12:18   수정 2019-07-09 14:08

전처 회사 사장 살해범 '투항과 투신' 갈등하다 극단적 선택
14시간 40분 대치 끝 '미안하다' 말 남기고 투신…범행 사전계획
휴대전화와 케이스 사이에 끼운 유서 던지기도, 공소권 없음 처리



(거제=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전처가 다니던 회사 사장을 살해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숨진 박모(45)씨는 투항과 투신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9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범행 후 아파트 옥상으로 달아난 박 씨는 경찰과 대치하며 혼란스러움과 안정감을 번갈아 느끼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
밤샘 대치 끝에 날이 밝자 박 씨는 다시 안정감을 되찾아 '투항을 생각해보겠으니 시간을 달라'고 경찰에 얘기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전처 회사 사장 흉기 살해범 밤샘 대치 끝 투신해 숨져 / 연합뉴스 (Yonhapnews)
투신 전 마지막으로 남긴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하다'는 말은 투항 뉘앙스를 밝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서 나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안전한 신병확보를 위해 일정 거리를 둔 뒤 설득작업에 나섰으며 박 씨는 자신이 살아온 과정과 현 상황에 대한 불안감 등을 주로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전처와의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와 케이스 사이에 끼운 뒤 옥상 밑으로 집어 던지기도 했다.



또 사전답사를 2차례 정도 했으며 범행 뒤 극단적 선택을 할 것까지 고려해 동선을 짰다는 얘기도 경찰에 토로했으며 전처와 만나거나 통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박 씨는 술을 마시지 않고 멀쩡한 상태였으며 고함을 지르거나 경찰을 위해 하려는 의도는 따로 없었다.
소방당국은 5층·10층·15층용 에어매트를 옥상 주변에 배치했으나 박 씨는 에어매트를 설치할 수 없는 창틀과 출입구 지붕에 부딪힌 뒤 에어매트 위로 떨어진 바람에 숨졌다.
작년 5월 이혼한 박 씨는 전처와 전처가 다니던 회사 사장의 관계를 의심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전처는 사실이 아니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피의자인 박씨가 숨지며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더라도 박 씨의 사건 전후 행적과 범행 동기, 정신병력 등 전반적 사항에 대해 수사는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전날 오후 2시 17분께 거제시 옥포동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전처가 다니던 업체 사장 A(57)씨를 흉기로 찌른 뒤 20층 옥상으로 달아났다.
회사 직원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인근을 수색하다 박씨가 건물 옥상 난간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위기협상 요원과 프로파일러, 경찰특공대 등을 투입해 설득에 나섰다.
옥상에서 14시간 40분가량 경찰과 대치하던 박 씨는 9일 오전 6시께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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