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발급 여권' 믿었다가 낭패…환승지 터키서 1주나 발 묶여

입력 2019-07-10 06:10   수정 2019-07-1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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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발급 여권' 믿었다가 낭패…환승지 터키서 1주나 발 묶여
터키항공, 단수여권 소지 韓여행객 환승 거부…"헝가리 입국 불가" 주장
"정식 여권 맞다" 韓공관 설명도 묵살…총영사관, 재발방지 당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인천공항에서 발급받은 '1회용 여권'을 소지한 한국 관광객이 터키항공으로부터 환승을 거부당해 터키에서 일주일이나 발이 묶이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모(24)씨는 이달 1일(현지시간) 인천공항 외교부 여권민원센터에서 '단수여권'을 발급받아 헝가리 여행길에 올랐다.
단수여권이란 여행 당일 여권을 분실했거나, 유효한 여권이 없는 상태에서 시급하게 출국해야 하는 민원인에게 국내 공항이나 재외 공관 등에서 현장 발급하는 1회용 여권으로, 발급 후 출국으로부터 귀국 때까지만 쓸 수 있다.
국가에 따라서 단수여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거나 출국만 허용하기도 하므로, 민원인의 목적지와 경유지 확인을 거쳐 발급된다.
김씨에 따르면 인천공항 여권민원센터는 규정대로 김씨의 목적지(헝가리)와 경유지(터키, 폴란드)가 모두 한국의 단수여권을 인정하는 사실을 확인한 후 단수여권을 발급했다.
그러나 2일 환승지 이스탄불공항에서 부다페스트행 터키항공 여객기로 갈아타려던 김씨는 탑승게이트에서 탑승을 거부당했다.
터키항공은 김씨의 여권이 일반적인 여권과 다르다는 이유로, 헝가리 측으로부터 입국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에야 탑승을 할 수 있다며 김씨에게 대기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예약한 항공기 탑승구가 닫힐 때까지 기다렸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터키항공 직원은 '헝가리 지점으로부터 그 여권으로 입국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온다면 다음 항공편에 탑승시켜줄 테니 기다리라'고 통보한 후 김씨를 탑승구 근처에 남겨둔 채 철수했다.



김씨로부터 영사 조력 요청을 받은 이스탄불 주재 총영사관은 터키항공에 연락해 "단수여권은 정상적인 여권이며, 헝가리는 한국의 단수여권을 인정하는 국가"라고 설명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터키항공은 "헝가리 이민청으로부터 '비상 여권'으로는 입국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후속 항공편에도 탑승시켜주기를 거부했다.
입국이 불가능한 승객을 태웠다가는 다시 해당 승객을 이스탄불로 데리고 와야 하는 등 항공사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해 5월 말 부다페스트에서 발생한 허블레아니호(號) 침몰사고 후 서둘러 현장으로 향하느라 복수 여권을 새로 발급받지 못한 유·가족 여러 명도 단수여권으로 문제없이 헝가리에 입국했다.
한국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헝가리는 한국 단수여권 인정 국가인데 터키항공이 왜 저런 식으로 대응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믿고 여행길에 오른 김씨는 큰 낭패를 봤다.
환승 대기시간을 포함해 20시간 가까이 공항에서 머무느라 지칠대로 지친 김씨는 이튿날 터키에 입국해 총영사관을 통해 새 복수여권을 신청하는 쪽을 택했다. 한국에서 발급된 복수여권이 급행우편으로 도착할 때까지 무려 일주일이나 터키에 발이 묶였다.
김씨는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 늦은 9일(현지시간) 오전에야 부다페스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헝가리에 예약한 숙박 등 여행 일정이 흐트러졌을 뿐만 아니라 터키에서 체류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했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외교부가 확인을 하고 헝가리에 갈 수 있다고 발급한 단수여권인데 환승을 못 하고 터키에 일주일이나 체류하게 된 상황이 너무나 황당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터키항공은 현재까지 보상에 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스탄불 주재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9일 "터키항공 임원을 면담해 경위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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