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재무장관 "제재 정당하지 않아" 비판
(워싱턴·카이로=연합뉴스) 임주영 노재현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 재무부는 9일(현지시간) 이란의 지원을 받고 테러 활동을 도운 혐의로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고위 인사 3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AP와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아민 셰리, 무함마드 하산 라드 등 레바논 의회 의원 2명과 레바논 보안군의 핵심 연락책인 와피크 사파 등 3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 정부가 레바논 의원에게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는 전했다. 헤즈볼라 자체는 미국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정돼 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이번 지정은 헤즈볼라의 정치 활동과 폭력 활동 사이에 차이가 없음을 강조한다"면서 "미국은 이란과 테러리스트 대리인들의 착취로부터 자국 기관을 보호하고, 보다 평화롭고 번영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레바논 정부의 노력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헤즈볼라는 레바논 의회에서 테러 집단의 재정 및 안보 이익을 지원하고 이란의 악의적인 활동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든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헤즈볼라 전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는 레바논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의 영향력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제재를 발표하자 레바논 인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에 따르면 알리 하산 칼릴 레바논 재무장관은 트위터에서 "(미국의) 제재는 헤즈볼라를 겨냥하지만 모든 레바논인을 걱정스럽게 한다"며 "레바논이 취해온 조처와 채택한 법들은 이 제재를 정당하지 않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모든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며 "레바논 은행들은 모든 규정을 지키고 있다. 이런 제재를 강화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헤즈볼라계 의원 알리 파이야드는 미국의 제재 발표에 대해 "레바논 국민에게 굴욕"이라며 반발했다.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침공에 맞서기 위해 창설된 뒤 레바논 국민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작년 5월 치러진 총선에서 헤즈볼라와 동맹 그룹이 승리하면서 의회와 내각에서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강화됐다.
레바논은 이슬람교와 가톨릭, 그리스정교 등 여러 종파가 복잡하게 얽힌 '모자이크 국가'로 독특한 정치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은 종파 간의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기독교계 마론파가 맡고 총리와 국회의장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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