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광주메가몰 다툼에 애꿎은 상인들 '울상'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광주 남구청사에 입주한 광주메가몰이 임대 계약과 관련해 다툼을 벌이는 사이 남구청사 활성화는 뒷전이 되고 있다.
11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청사 임대 사업을 위탁받은 캠코는 지난 2월 광주메가몰과 임대 계약을 해지했다.
광주메가몰이 수개월째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캠코는 계약 해지의 책임이 광주메가몰에 있는 만큼 임대 보증금으로 받아놓은 14억원은 돌려주지 않았다.
미납한 관리비를 제외하고도 시설 원상복구비까지 고려하면 보증금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캠코의 주장이다.
하지만 광주메가몰은 미납한 관리비를 제외한 나머지 9억여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점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상가 활성화라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입점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관리비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캠코와 광주메가몰이 다툼을 벌이는 사이 남구청사에 입주했던 53개 상점 대부분이 철수하고 8개 매장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광주메가몰과 관련 없는 전자랜드가 남구청사 3층에 입점해 있어 상가 임대율은 30%가량이다.
남구청사에 남은 8개 매장은 대부분 소상공인으로 지금까지 계속된 매출 부진 때문에 입주할 때 들어간 시설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했다.
한 상인은 "장사도 되지 않은 곳에서 장사하는 우리의 마음은 오죽하겠느냐"며 "우리도 매장을 빼고 싶지만, 초기 투자비가 회수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상인 역시 "임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캠코가 투자비 일부를 보존해줘야 매장을 옮길 수 있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캠코 측은 상인들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법적 대응을 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5개월째 방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캠코는 "현재 (상인들의) 자진 인도를 촉구하는 중"이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남구청과 협의해 인도 방안을 검토·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사 리모델링 비용 등 368억원을 책임지라는 감사원 결과로 임대 수익이 절실해진 남구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남구는 이 비용을 새로운 입주 업체를 찾아 임대 수익으로 상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남아있는 일부 상인들 때문에 새 업체를 물색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사정이 딱한 상인들을 내쫓을 수도, 그럴만한 권한이나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남구는 캠코 측의 조치만 기다리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청사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입주 희망 업체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3자인 남구는 권한이 없는 만큼 광주메가몰과 계약을 한 캠코가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임대 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감사원은 청사 리모델링 비용을 임대 수익으로 충당하겠다는 캠코의 계획과 관련해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엔 그 책임은 남구가 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캠코로서는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는 '밑져야 본전'인 사업이 된 셈이었다.
이 때문에 남구는 캠코 역시 사업 실패에 대한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감사원에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남구 관계자는 "적자가 나더라도 캠코 측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임대 사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느냐"며 "최소한 관리자로서의 성실한 주의의무를 할 수 있는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구는 지난 5일 부구청장은 위원장으로 구청과 노조, 주민 등이 함께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남구는 비대위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리는 법적 대응과 상가 활성화 방안 등을 동시에 논의할 예정이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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