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교도통신, 일본 기업의 우려와 대응 보도
후지쓰 "장기화하면 설계변경"…VAIO "부품조달 영향 틀림없어"
FT "韓기업 최악 피해 면할지도"…수출금지 아니라는 日주장 오해한듯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출 규제를 단행함에 따라 일본 기업도 영향을 우려,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기업이 대응을 서두르는 가운데 "일본의 반도체 제조사 사이에서도 한국으로부터의 반도체 조달에 영향이 생기지 않겠느냐며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수출규제 국내 생산 영향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 기업의 우려와 대응 등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니의 컴퓨터 사업 부문이 독립한 'VAIO'(바이오)의 하야시 가오루(林薰) 이사는 "부품 조달에 영향이 나오는 것은 틀림없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 회사는 일본 내에서 컴퓨터를 생산한다. 반도체의 구체적 조달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하야시 이사는 한국 이외에서 대체 조달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50~7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샤프의 자회사 '다이나북' 측은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을지 아직 전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러나 "수출규제에 따라 한국으로부터의 반도체 공급에 영향이 나올 리스크(위험)가 폭넓게 의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조달하고 있는 컴퓨터 제조사 후지쓰(富士通)크라이언트 컴퓨팅은 제품의 설계를 변경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 사이토 구니아키 사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공급원이 있어서 당분간은 괜찮다"면서도 "문제가 장기화하면 설계 변경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삼성전자는 수뇌(핵심인물)·간부가 일본과 대만을 방문, 당분간 생산에 필요한 재고 확보에 분주하다"며 "삼성은 조달 담당 간부를 대만에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를 다루는 소재 제조사 공장이 대만에 있어 한국으로의 공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신문은 지난 7일 밤 방일한 삼성전자[005930]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대형 은행 간부와 면담하고 금주 후반까지 일본에 체재할 예정으로, 필요하면 거래처인 반도체 관련 기업 간부와도 만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삼성은 (규제) 대상 이외의 제품을 취급하는 일본의 소재 회사에까지 '향후에도 안정적 공급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화학 대기업 간부는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생산에 대한 영향에 (삼성이) 전례 없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계약별 심사에 90일 안팎이 걸리면서 일본의 소재 회사 실무에도 영향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광제인 포토리지스트(PR)를 취급하는 JSR은 "개별 신청이 되면서 서류 수가 늘었다"며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신문에 말했다.
도쿄오카공업도 "정부에 대한 수출신청 미비가 없도록 필요한 서류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기업에 따르면 리지스트의(한국 이외 등으로의) 부정한 전매를 하지 않는다는 서약서 등을 수출처인 한국의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인터넷판에서 일본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군사용이 아닌 민간용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의 한국 수출을 허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최악의 피해를 면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해당 관료가 규제 강화가 수출 금지와 다르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을 규제를 완화할 계획인 것으로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료는 "국제적인 공급망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일본은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해 한 것처럼 한국 기업들을 (거래) 금지 명단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sk@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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