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대사 사태에 주미외교단 동병상련?…"우리가 그렇게 됐을수도"

입력 2019-07-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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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대사 사태에 주미외교단 동병상련?…"우리가 그렇게 됐을수도"
'트럼프 행정부 무능' 英대사 평가에 "우리도 같은 것 썼다"
NYT "주미 외교관들, 자신들을 '블랙홀'에 사는 것처럼 묘사"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깎아내리는 이메일 보고서를 본국에 전달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비판 끝에 결국 사임한 것과 관련, 워싱턴에서 외교활동을 하는 주미 외교단 가운데 일부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우리 중 누구였을 수 있었다.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경멸이 대사들 사이에서 흐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는 주미 외교단의 애환을 전했다.



NYT는 대럭 대사 사태와 관련해 주미 외교단에 물어보면 그들의 대답은 똑같다면서 "우리도 같은 것을 썼다"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6일 대럭 대사가 2017년부터 최근까지 영국 외무부에 보낸 이메일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고, 보고서에서 대럭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를 "서툴다", "무능하다", "불안정하다" 등의 평가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럭 대사에 대해 '거만한 바보(pompous fool)' 등으로 비난하며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낙인찍었다. 대럭 대사는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봄까지 주미 프랑스 대사를 지낸 제라드 아르도 전 대사는 NYT에 "모든 사람(외교관)이 그렇게 한다"면서 "다행히, 아무것도 기밀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가장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그런 것을 (본국에) 보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평가가 대럭 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주재 대사는 대럭 대사 사임 사태와 관련, "(그 대상이) 우리 중 누구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것을 지지하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대사 등 몇 명을 제외하고 워싱턴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은 요즘 '블랙홀'(black hole)에 사는 것처럼 자신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국의 무역이나 군(軍)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서도 사전 공지를 하지 않는다면서 상대국이 미 국무부나 재무부, 의회 등에 접촉해도 미측 인사들은 자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탈퇴나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군 방침을 밝히면서도 관련 당사국에 사전 공지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르도 전 프랑스 대사는 지난 2017년 프랑스 외교장관의 방미 계획 당시, 당시 렉스 틸러슨 장관과의 면담 일정을 알려줄 것을 미측에 두 달 전부터 요청했지만 방미 일정 하루 전에야 20분 면담 계획을 통보받았고 결국 프랑스 외교장관의 방미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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