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나에 대한 비난 이상해…그와 수년간 잘 지내"
존슨 측 "후임 미국 대사는 후임 총리가 임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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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런던=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박대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혹평한 외교 전문(電文) 파문으로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10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하면서 다른 정치 지도자와 달리 대럭 대사의 정당한 업무를 두둔하지 않은 차기 총리 후보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존슨은 그러나 자신은 대럭 대사의 지지자 중 한 명으로 이번 사임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이상하다"(bizarre)고 항변했다.
존슨 측은 또 대럭 대사 후임자 임명을 놓고 테리사 메이 현 총리와 논란을 벌이는 등 대럭 대사 사임이 지도자 선출을 앞둔 집권 보수당 내 정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대럭 대사는 지난 9일 보수당 대표 경선 TV 토론에서 차기 당 지도자 겸 총리로 유력시되는 존슨이 만약 그가 총리로 선출될 경우 대럭 대사를 유임할 것인지 언질을 거듭 회피하자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물론 야당인 노동당 지도부도 대럭 대사의 정당한 공무수행을 지지한 것과 달리 외무장관 재직 시 대럭 대사와 함께 일했던 존슨이 대럭 대사에 대한 지지를 공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후임 총리 선출 시 경질 의사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앨런 던컨 외무부 부장관은 이에 대해 존슨이 대럭 대사를 내팽개쳤다면서 '차기 보수당 지도자 경선의 선두주자'의 이러한 행동을 비열한 것으로 매도했다.
또 자국 최고위 대사를 지지하지 못한 존슨의 이러한 행동은 관리들이 상사에게 솔직한 권고를 꺼리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공직사회의 비난이 이어졌다.
집권 보수당의 중진 의원들도 '자국 외교관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는' 존슨의 태도를 비난했으며 메이 총리도 의원들에게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수호하는 중요성에 대해 숙고하길 바란다"고 존슨을 간접 비판했다.
심지어 현재 진행 중인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서 존슨을 지지하는 이들 중 일부도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그를 비판하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이번 일은 매우 꺼림직하다. 존슨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존슨은 TV 토론에서 자신이 총리가 될 경우 누구를 주미대사로 임명할 것인지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고 답변함으로써 사실상 대럭 대사의 유임 가능성을 배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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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중지 더선은 대럭 대사가 존슨과의 통화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 사임을 결정하게 된 네 가지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갑자기 영국과의 무역 협상을 취소한 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계속해서 비난을 쏟아낸 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한 점 등도 대럭 대사가 사임을 결정하게 된 요인들이라고 대럭 대사의 친구는 전했다.
대럭 대사의 친구는 "그것(존슨이 지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유일한 요인은 아니었지만, 요인 중 하나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존슨 전 장관은 그러나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존슨은 더선에 "이번 일과 관련해 나를 비난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매우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대럭 대사의 엄청난 지지자로, 그와 함께 수년간 잘 일 해왔다. 그는 매우 훌륭하게 직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존슨은 사임 소식이 전해진 뒤 대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행운을 빌어줬다고 전했다.
TV 토론에서 왜 대럭 대사에 대한 공개 지지를 나타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관료의 커리어를 이런 식으로 경기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갑자기 특정 관료의 커리어가 TV 토론의 시범케이스가 되는 것은 몹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대럭 대사의 예기치 않은 사임으로 메이 총리는 자신의 임기 마지막 주에 주미 대사를 새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존슨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논란 많은 정치적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존슨 진영은 메이 총리에게 '임기 종료 직전에 새 주미대사를 임명함으로써 후임 총리의 손을 묶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보수당 내에서 메이 총리의 후임 대사 임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각료들로부터 '주미 대사는 잠시라도 비워두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자리'라며 국익 차원에서 빠른 후임자 인선을 권고받고 있는 것으로 언론들은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경우 사임 의사를 밝힌 직후 자신의 비서실장을 주프랑스 대사로 임명한 전례도 거론됐다.
만약 메이 총리가 후임 대사를 임명할 경우 이는 후임 총리의 대사 임명 기회를 거부하는 것과 함께 현재 존슨과 후임 총리 경선을 벌이고 있는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이 후임 대사 인선에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영국 외무부는 문제의 외교 전문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이먼 맥도널드 사무차관은 의회에서 자신의 외무부 재직 기간 발생한 '최악의 누출범죄'라면서 총리실이 범인 색출을 위해 경찰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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