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대 성 소수자 인권 상황' 보고서 발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동성애자인 김모 씨는 장교로 임관하기 전 징병 검사에서 성적 지향을 숨겼다. 김씨는 자신의 성적 지향이 군 복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군 복무 중 육군 중앙수사단의 조사를 받게 됐다. 수사단은 김씨의 과거 애인에 관해 물었고, 김씨는 놀라서 애인이 아니라고 했다.
수사단은 소리치며 위협했고, 전 애인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김씨와 연결하기도 했다.
김씨는 결국 과거 동성애 관계를 진술했고 수사단은 사생활을 침범하는 질문을 했다. 또 '다른 동성애자가 더 있느냐'며 자신들이 몇몇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군형법 92조 6항을 어겼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소 유예됐다.
국제앰네스티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군대 성 소수자 인권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 '침묵 속의 복무 - 한국 군대의 LGBTI(성소수자)'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 조사국장은 "동성 간 성적 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은 수많은 성 소수자 군인들의 삶을 파괴하며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현행 군형법 제92조 6항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이프 국장은 "적대적인 환경이 학대와 따돌림을 조장하고 보복의 두려움으로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든다"며 "한국 군대는 군인의 성적지향이 군 복무 수행능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앰네스티와 인터뷰 한 성 소수자 군인 상당수는 군대에서 지휘관에 의해 아웃팅(자신의 동성애 사실이 타인에 의해 밝혀지는 것)을 당했다.
또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면 군대 내에서 폭행이나 성적 모욕을 당했고 정신질환 치료시설에 보내지기도 했다.
라이프 국장은 "군대 내 게이 남성의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것은 충격적인 인권 침해"라며 "한국은 성 소수자에 만연한 낙인을 해소하는 결정적 첫걸음으로 군형법 92조 6항을 시급히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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